2021년 11월11일 해군창설 76주년을 맞이하며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국민과 함께 위대한 항해를 하고 있다는 해군 2함대를 11월10일 오전에 찾았다.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키는 부대인 만큼 고요함 속에서 비장함도 느껴졌다. 좀 더 부대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라도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군본부의 안내를 받아 이뤄진 안보현장견학에서 마주한 마라도함에 대한 첫인상은 든든함이었다.

올해 6월 취역한 마라도함은 독도함 이후 1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대형수송함이다. 독도함과 크기는 같지만 독도함 운용과정에서 도출된 개선 소요를 반영하고 최신 장비들을 탑재하여 더욱 다재다능한 함정으로 건조되었다. 당시 취역식을 주관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도 마라도함을 두고 독도함과 함께 한국형 경항모 건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해군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함정이다.

함장의 안내를 받아 마라도함 전반을 돌아보니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마라도함은 비행갑판 재질을 초고장력강으로 교체하여 미국의 오스프리급 수직이착함 항공기도 이·착함 할 수 있다고 한다. 항공전력에 대한 작전 운용의 폭을 늘어난만큼 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함정이 우리의 바다를 지킨다고 생각하니 마음 든든했다.

항모처럼 큰 함정을 건조하고 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과 노하우다. 미국 해군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오랜 기간 여러 함정을 운용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마라도함은 경항모의 건조와 운용에 있어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해군의 미래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던 것도 좋은 기회였다. 보통 함정이 도입되는 기간은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해군은 미래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2~30년을 내다보고 전력에 대한 소요를 창출하고 있었다. 경항모 또한 오래 전부터 해군의 청사진 속에 포함되어 있었던 핵심 전력이다.

이달 초 국방부에서 추진한 연구용역에서 경항모 건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항모는 평시에는 막강한 군사력을 현시(顯示)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전시에는 한미 연합 항모강습 능력을 통해 전쟁 조기 종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동북아 국가의 해군력 강화 현실 속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유사시에 대비하는 미래 전략자산으로 확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 경항모 도입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발전적인 경항모 건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해야 할 때이다.

《문록(文錄)》에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라는 구절이 있다. “낙엽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말이다. 낙엽 하나를 보고 가을이 옴을 알듯이 마라도함을 보니 우리에게 경항모가 필요하고, 또 가질 만한 능력이 충분함을 알 수 있었다. 올해 경항모 도입 예산이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해 2033년에는 경항모를 방문하여 마라도함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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