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과 대출 규제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대책을 지난 10월 말 발표했다.

문제는 강화된 대출 조건으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난민’의 급증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월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고가 주택에서 시작된 전세의 월세화는 외곽지역에서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집주인들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늘어나자 세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놓은 임대차 3법과 대출규제, 보유세 증가 등이 결국 무주택자들의 월세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을 통한 대출규제가 위험한 이유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너무 광범위하고,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이 막히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한다. 전세대출 한도가 줄면 세입자는 평수를 줄여 외곽으로 나가거나 전세를 반전세로 바꿔 비싼 월세로 부족분을 충당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전세난민이 되어 월세로 살거나 아니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그럼, 실수요자 보호대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총량규제에서 실수요자 대출(전세대출, 집단대출 등)을 제외해 규제 충격이 실수요 시장으로 넘어오는 길목을 차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 DSR 산정에서 전세대출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떼일 염려 없고 세입자의 상환능력과 무관한 전세자금대출만큼은 DSR 규제를 적용받을 이유가 없다. DSR 산정에 전세대출을 반영하면 절대 다수의 무주택자들이 한도 축소, 심할 경우 시장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나아가 금리 급등을 유도하는 시장 간섭 행위 또한 중단해야 한다. 대출시장이 총량규제 발 공급충격에 노출되면서 시장금리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급발진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금리조정(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확대)을 통한 대출억제, 은행의 자발적인 부채관리 강화, 전세대출 관리방안 마련 등의 간접규제가 그것이다. 바람직한 대출규제는 실수요자 보호 원칙을 높이 세우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6%에 육박하고 있고, 전세대출도 4%대 금리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실수요자 대출이 막히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통해 부족 자금을 비싸게 조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저녁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남은 임기 동안 집값 하락 안정화에 목표를 두고 해결 실마리를 찾겠다”고 강조했듯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원칙을 준수해 서민 보호에 힘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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