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윌리엄 포크너의 곰은 1940년에 집필한 작품이다. 포크너는 1897년 태어나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의 후대를 살았다. 흑인 노예를 통해 목화를 생산하던 남부는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를 폐지했지만 인종 간의 갈등을 계속되고 있었고, 포크너는 남부라는 혼란의 과도기 속에서 ‘연민과 희생과 인내를 가능케 하는 정신’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을 작가의 의무로 삼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곰도 출발한다. 소설은 1-5부로 구성된다.는 1~3부와 5부는 아이작 매케슬린이 유능한 사냥꾼으로 성장하는 성장하는 이야기이고 4부는 할아버지대 부터 씌여진 장부를 중심으로 미국의 역사가 매케슬린 선조들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아이작은 매년 늦가을 무렵이면 사냥을 떠난다. 나이 많은 어른들. 백인, 인디언의 후예, 흑인 노예, 인디언의 혼혈, 장군 등이다. 그들을 따라 별장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을 머무르며 즐기는데, 아이작과 어른들에게는 몸을 쉬고 즐기는 것 이외에 또 하나의 큰 목표가 있다. 바로 올드벤이라는 크고 늙은 곰을 잡아야 한다. 올드벤은 덩치도 크고 날쎄다. 숲도 울창하고 넓어서 추적하기가 어렵다 사냥꾼들은 실력도 보잘 것 없고 유능한 사냥개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아이작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이고 어른들도 대부분 나이가 들어 장시간 추적은 힘에 부친다. 모임은 매년 허탕에 그치고 만다. ​어느 해, 소년은 호기심에 이기지 못해 숲 깊숙이 들어간다. 올드벤과 조우하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자신이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숲속으로 끝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총도 어딘가에 세워두고 나침반도 버리고 몸에 휴대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곰을 만날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흐르고 어디까지 갔는지도 모를 무렵 올드벤과 조우한다. 신비스러운 체험이다. 길을 잃어 헤메는 자신을 인도해 주기까지 하는 올드벤과의 만남은 아이작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 박혀 매년 사냥 모임에 참석하지만 울드벤에게 총을 겨누지 못한다.​지지부진하던 사냥 모임에 사나운 사냥 개 한 마리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개는 올드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해가 갈수록 포위망이 좁혀지고 올드벤에게 최후의 날이 다가온다. 사냥개는 물고 늘어지며 올드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총알이 떨어지자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용감하게 올드벤에게 달려들고 올드벤이 무지막지한 손톱으로 개를 할퀴고 사람에게도 공격을 가하나 치열한 싸움에서 올드벤이 쓰러지면서 인간의 승리로 끝난다.​그러나 결말은 좋지 않다. 곰 추적의 선두에 섰던 어린 아이작을 돌봐주었던 샘은 추운 강물 속에 들어갔다가 병을 얻어 죽고 올드벤을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냥개도 곰의 손톱에 배가 찢겨 내장이 튀어나와 죽는다. 올드벤을 칼로 죽인 사내는 그 이후 거의 미치광이 상태가 된다. 올드벤이 죽자 사람들이 모일 명분이 사라졌다. 해가 지날수록 사냥 모임이 흐지부지되고. 소년은 이제 나이 듬에 따라 사냥놀이에 흥미를 잃어간다 시간이 더 흘러 올드벤과 추억이 잠겨 있던 그 숲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하게 나무들이 베어나가 공터가 되고 만다. 소설 4장의 이야기이다. 매케슬로가의 연대기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소설 전체를 조망하는 방향이 바뀐다. 성인이 된 아이작은 사촌 형이 관리하고 있던 부모의 유산을 상속 받기를 포기한다. 선조들이 목숨 걸고 정착하여 닦은 기반을 거절하는 것을 사촌 형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작의 생각은 다르다. 숲에서 살았고 숲이 가르쳐준 것은 땅의 주인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작은 유산 상속을 거부한다. 유산 상속 거부의 또 다른 이유는 노예제도와 노예에 대한 대우 그리고 매케슬린 가문의 흑역사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작의 할아버지대에서 부터 쓰여진 장부를 보면서 노예를 사들이고, 노예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낳고 낳은 자식을 거부하는 얘기들이 나오게 된다. 또 노예를 독립시키지만 경제권이 없는 흑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도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자유와 명예 긍지의 나라라고 하지만 결국 노예와 인디언에 대한 핍박, 그들에게서 빼앗든 것들로 구축된 나라라는 얘기가 펼쳐지는 것이다.곰으로부터 자연을 빼앗은 인간, 애초의 인간의 것이 아니었음에도 숲과 땅을 강탈한 인간의 잔혹성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미국의 이야기 뿐만은 아니다. 지금의 지구촌과도 같으며 시각을 좁혀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사회일 수 도 있다. 내가 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남을 착취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강탈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려 할 것인가. 신께서 주신 사랑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힘들게 찾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새롭게 변해야 한다.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욕심을 멈추어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윌리엄 포크너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책에 나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다.'연민과 겸허, 관용과 인내, 그리고 땀 흘려 식량을 얻으려는 노력' 이 바로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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