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가 쪼개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면에 나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반기를 들자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이준석 패싱’ ‘문고리 권력’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이 대표가 잠적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대선 국면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윤 후보의 리더십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이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원톱' 체제를 중심으로 독자 행보에 나섰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가 보류되면서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운 채 출발한 윤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대거 임명했다. 당내 인사로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조경태 의원이 합류했고, 외부에선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교수와 사할린 동포의 손녀인 스트류커바 디나씨가 포함됐다.

문제는 이준석 대표가 줄곧 이수정 교수의 선대위 합류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는 점이다.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이 교수의 합류가 20대 남성 지지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윤 후보의 지방 일정 등에서 이 대표 패싱 논란도 더해졌다. 이 대표와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 윤 후보가 독자 행보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지지율에 달려있다. 향후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우위를 유지하거나 압도한다면 현 상태가 유지될 확률이 높지만,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엔 김종인 전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공동선대위원장들 대다수가 ‘올드 보이’들로 채워지면서 지지율 하락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얼굴마담 격인 공동선대위원장엔 파격적이고 신선한 인물들이 영입돼야 하는데 이를 경시한 것이다. 정치는 ‘사람’을 통해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건데 이 정도 선대위원장 면면들로는 중도층을 끌어당기기 힘들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잖은가.

사실관계를 떠나 ‘적전(敵前) 분열’이 불거지고 있는 현실 자체가 한심한 모습이다. 당내에선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 등이 선대위 인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연고주의가 작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선거대책위원회의 새판을 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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