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은 무엇을 말했는가?

우리나라 정치사에 또다시 꼴불견의 극치를 보여줬던 총선이 끝난 것은 3개월전의 사건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일들을 되새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섞고 슬픈일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뒤끝있다는 말로 매도 하겠지만 과연 피해자도 그럴까? 우리는 항상 그렇게 당해 왔고 또 그렇게 잊혀져 간다. 그리고 반복되는 악순환에 그때마다 유권자의 매서운 철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당선되어 국회의원이 된 자들 중에는 그때 우리가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했던 그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그런 작태를 지금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어리섞고 슬프게도 우리가 지난일들을 다시 말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불과 3개월전 각 당의 공천 파동을 보면서 나는 작은 정치를 했던 경험을 부끄러워 했고 치욕을 느꼈다. 한사람 권력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무소불위의 월권적 권한을 행사했던 정치꾼이나 자기 편이라고 이를 감싸 안았던 그들 소위 계파 사람들, 술취했다고 하면 만사 용서가 되는양 국민의 눈과 귀를 오염시킨 통화 녹취록, 끝까지 밀려날것이냐 자진 사퇴냐는 줄다리기로 임기중 1년을 송두리째 직무유기 하더니 마침내는 옥새를 들고 튀는 데까지가 여당의 모습이라면 보궐선거의 참패에 대한 책임문제로 분당이 되고 호남유권자들에게 정치생명을 담보했던 야당 정치인은 총선 승리에 생명줄을 연결하여 책임을 덮어버린 정치꾼이 되었다. 계파 싸움에서 밀려나 당을 만들고 기존 정치와는 다르게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던 그들은 지금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비례대표 선정위원들이 자기 자신을 선정하는 어쩌구니 없는 모습을 보면서 불보듯이 뻔한 결과가 쉽게 예측 되었을 법하다. 20대 총선은 여기까지 막장드라마의 최종회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각 당의 전당대회를 보라! 국민의 환상적인 결과를 경험하고도 계파 싸움에 빠진 모습은 변함이 없다. 더욱이 필자가 놀란 것은 전당대회의 현장마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몰려드는 당원들의 행렬이다. 이들은 모두가 불과 몇 개월전까지만 해도 입을 모아 비난을 쏟아내던 그 사람들이다. 이러니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을 집토끼 산토끼로 분류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누구를 탓할까? 물론 당원들이 자기당의 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왈가불가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시위도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책임지는 계파가 없고 반성하는 정치인이 없는 정치꾼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해야하고 자기계파가 독점하겠다는 의식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있는 자리라고 판단한다면 그 봉사를 누가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너무나 순진한 필자의 정치관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대는 내가 아니라 누구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식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내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우리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나서주는 정치인을 우리는 바라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려는 세력이 아니라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정치집단이 애절하게 기다려지는 것은 필자 나만의 생각일까?

추악한 정치판을 중단하라. 멀잖아 국민들이 옥새를 들고 튀는 날이 올수 있음을 그대들은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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