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에 장철은 너무나 놀랐다.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질 않았다. 그것 때문에 송충식은 목숨을 잃었고 자기는 가까스로 살아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장철이 정신없어하는 사이 대장은 장철의 구두를 가리키며 “장 대원, 구두를 벗어주게”라고 말한다. 장철은 구두를 벗어 대장에게 넘겨 준다. 구두를 건네받은 대장이 구두 굽을 힘껏 비틀자 그 속에서 작은 필름 통 하나가 튀어나온다. 남은 구두의 굽에서도 필름 통이 나왔다.

 장철은 뒤통수를 야무지게 맞은 듯 멍해졌다. HID는 정말 무서운 존재다. 자기가 이런 곳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칼이 치솟는다. 

 목숨을 걸고 이북 땅까지 가서 임무 수행을 하고 왔지만, 알고 있는 사실은 단지 북한의 이름 모를 인민군 대기소에 가서 그곳에 있는 서류와 구두를 바꿔 신은 것뿐이다. 

 자기는 어느 부대에서 파견됐는지, 무슨 임무인지, 강을 오갔던 배는 어느 소속의 배인지, 대기소에 서류와 구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심지어는 구두에 중요한 필름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만약에 송충식이 죽지 않고 생포되었다, 한들 인민군은 그에게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HID의 치밀함에 몸서리쳤다.

 



 1960년대 후반. 장철은 HID에 근무하면서 나에게 “이건 군의 일급 비밀이다”라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 북파 대원들은  1차, 2차, 3차 임무를 다녀 온 차수대로  신분이나 행동, 그리고 국가가 대하는 대우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에게 해 주었다.  그만큼 임무를 많이 수행할수록 국가의 관리가 철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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