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종 문

서울시의원 (6대)

본사 부사장.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초읽기에 들어 갔다.

탄핵(彈劾)이든 하야(下野)든 본인의 의지로는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야 밖에 없지만, 국민들은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가 실감이 나는 현실이다.

국민들은 왜 이렇게도 분노하고 있을까?

언급할 필요가 있으랴만 정치 철학도 없이 권력을 개인의 꿈 정도로 의식한데서 출발이 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하는데서 그의 정체성은 그대로 들켜 버렸다. 물론 잘해 볼려고 했는데 이런 고통을 국민들에게 준 것을 한탄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그가 걸어온 그리고 내뱉은 어록들을 보면 전자의 경우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된다. 그는 혼란 가운데에서 국정의 안정과 퇴진후의 혼란을 말하겠지만 언제부터 국가를 걱정했고 국민을 염두에 두었던가? 정적들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던 그가 과연 얼마나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했던가? 실패 해버린 수도이전이 그렇고 광우병 파동 등등이 그렇다. 이를 지켜봤던 국민들은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고, 철저히 무시당했던 ‘을’의 작은 폭발일 뿐이다.

탄핵 정국에 정치 집단들의 꼼수를 경계해야 한다.

침묵했던 촛불 민심은 마침내 최고 권력자의 탄핵을 이끌어 냈다. 민의를 과소평가했던 1, 2, 3차의 담화가 거듭될수록 촛불은 횟불이 되었고 100만 인파는 300만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이 탄핵 현장으로 변해버렸고 청와대 앞마당은 촛불의 물결로 흐느끼지만 비폭력 문화시위로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요, 우리의 국민 의식이요, 잠재 되어온 저력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깨어있지 못한 집단이 있다면 바로 정치 집단들이다. 갈팡질팡하며 당리당략적 주판을 두들기기에 혈안이 되었던 정당들이나 저질스런 목청만 높이는 대선 잠룡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도 정치 철학이 있는 집단인지? 국민의 정체성에 맞는 DNA를 가진 집단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촛불 민심에 등떠밀려 국회는 탄핵을 발의했고 표결을 불과 3일 남겨두고 있다. 국정 혼란의 공범 집단인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라져 있고 172석의 야당들은 표결 통과에 필요한 28표를 집권 여당에게 간절히 의존하는 웃지 못할 형국이 되어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그들이라면 탄핵의 결과를 의심할 비는 없겠지만 그들 또한 국민을 기만하고 개, 돼지로 여겨왔던 집단들 아닌가. 여기에 필자는 그들의 꼼수를 경계하고 있다. 이미 식물 대통령이 되어버린 최고 지도자의 탄핵보다 다음 대선을 의식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탄핵 부결의 책임은 새누리당일 것이고, 믿었던 비박계의 배신일 것이고, 순진한 국민들은 횟불을 들고 새누리당사로 몰려 갈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면 탄핵 부결의 꼼수, 탄핵 반대표를 야당들이 던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책임은 당연히 새누리당의 몫이니까 말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의심이 가는 것은 그들이야 말로 그동안 공작 정치, 꼼수 정치로 길들려진 극히 비상식적인 집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범인 새누리당은 해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탄핵은 또 다른 권력의 탄생을 의미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자녀들의 손을 잡고 들었던 촛불이 꼼수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권력의 하수인이 되기를 바라는가? 우리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들이 쟁취해준 불행중의 승리를 자신들의 공인양 벌써부터 논공행상(論功行賞) 따지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집단들이여 깨어있는 국민의식을 의식하라. 그리고 시대적 변화의 불길에 낡은 의식부터 태우고 나오라. 국민들은 그대들을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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