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택 편집국장

박 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이라는 울타리에 숨어들었다. 6일 정진석 원내 대표는 이정현 대표와 함께 청와대에서 2시 30분 박대통령을 만났다. 55분간 두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겠다”고 말했다.

21세기의 대통령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생각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7일 아침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이 ‘백일몽’을 꾸고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헛된공상이다. 불만족스로운 현실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보편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한나라의 대통령이 가진 생각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정가에서는 9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당론인 ‘4월퇴진 6월 대선’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4일 당초 탄핵연대를 이탈했던 여당 비박계가 ‘9일 탄핵표결’로 회군을 하면서 탄핵안 가결과 불명예 퇴진을 맞은 박 대통령이 현 정국상황을 돌려세우기에는 균형추가 이미 기울었다는 현 상황을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백일몽에 환상과 몽상까지 곁들여진 심각한 심리상태에 이르지 않았는지 의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눈만 뜨면 눈과 귀를 의심케하는 언론보도와 방송들이 시시각각 들려온다. 6일자 방송과 언론들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머리를 손질한다고 90분을 허비했다”는 뉴스가 전 국민들의 입을 채웠다.

이러한 현실을 놓고 볼 때 박대통령의 사고와 심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백일몽으로 현실도피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인식 부족에는 성장과정에서의 서민적인 삶을 살지 못한 성장과정을 꼽을 수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으로 가기까지 사람은 성장기와 청‧장년기를 겪으면서 허물을 벗는다. 박 대통령은 그러한 사고가 생략된 사람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가 총탄으로 죽은 뒤에 아버지를 보좌하면서 5년여 세월을 보냈다. 그 후 유학생활 등을 합쳐 18년 후에 정치에 입문했고 그 또 다른 후 18년 퇴진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 사람들은 그래도 믿었다. 결혼하고 애놓고 육아의 과정을 생략한 삶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가졌다. 불통이 언론을 장식할때도 “국가와 국민과 결혼했다”는 말에는 연민 그 이상의 찐한 생각도 가진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 살아온 청와대의 삶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다. 이명박 정권의 녹색경제, 박근혜 정권에서는 창조경제를 모토로 삼았다. 하지만 방식은 아버지 시대를 답습했다. ‘창조경제’는 몽상이었다. 흔한 대면보고를 받지 않으면서 미르재단 등의 모금에는 대기업 오너들과 방문기록도 잡히지 않는 안가 밀실에서 독대를 했다. 이런데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저가 내집인데 “왜 방을 빼라고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 문제를 모르니 내놓는 해답이 전부 틀리고 있다. 오답이다.

심리학자들은 환상과 몽상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헛된 생각이라는 점에서 백일몽과 같은 의미로도 볼 수 있지만 현실도피적인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일몽은 현실도피적인 면에서 이들과 구분된다는 것이다. 현재 박 대통령은 백일몽으로 자신의 처한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심각한 정신적인 장애 상태가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현재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일에 대해 특검을 통한 법적인 결과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의 품격을 떨어트린 일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한 빠른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도 박 대통령이 버티는 동안에도 대한민국 국가 신뢰의 브랜드는 하루 하루 추락해 가고 있다. 국격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은 무슨 날벼락인가. 대통령이 요청으로 거액을 내놓은 대기업들은 해외경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외신들은 재벌 청문회를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몰락, 조선 및 철강산업이 침체 등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끼었는데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가겠다”는 소리가 제정신으로 들리지 않는다.

아버지가 통치한 세월도 18년. 박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고 지나온 세월도 18년. 18이라는 숫자하고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여생의 18년(?)을 향해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으로 숨지 말고 국민 앞에 실천적인 약속을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게 마지막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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