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은 우리 비행기가 뉴수단 내 지상에 곧 착륙할 것이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창밖의 지상을 내려다보아도 비행장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지상의 모습은 허허 벌판 위의 수목지대만 눈에 들어왔다.

허어, 그런데 우리 비행기가 어디에 착륙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비행기가 공중을 한 바퀴 선회하고 나자 전면의 나무 숲 사이로 길게 뻗은 황토 흙바닥이 나타났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가 착륙할 비상 활주로였던 것이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평활한 흙바닥이 쌍발 프로펠러 경비행기 정도는 이착륙할 수 있어서 비상 활주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과거 1960년대 우리나라 여의도 백사장의 비행장을 상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겠지만 그 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활주로였다.

드디어 우리를 태운 쌍발 경비행기가 비포장 흙바닥 활주로에 먼지를 일으키면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런데 활주로 주변 어느 곳에서도 입국수속을 해야 할 건물이 보이지 않아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는 분명히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출발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나라인 수단(뉴수단)에 입국한 것이다.

그럼 어디에서 입국수속을 실시하고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곳의 실상에 의해 그 실마리가 풀렸다.

첫 회에서도 밝혔다시피 남북 통합수단은 현재까지 대외적(외교적)으로는 한 개의 국가(수단)로 한 개의 정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19년 동안 남수단(뉴수단)과 북수단(수단)이 내전을 치르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태이다.

남수단과 북수단은 내전 중에도 서로 양해한 휴전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38만 명이라는 병력이 휴전선에 대치하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뉴수단은 수단으로부터 독립된 자치 정부수반(head of government)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 정부수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1국 2체제 국가 형태의 현실적 상황을 인접 국가들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엔테베공항에서 우리를 태운 비행기(Eagle Air)가 착륙할 목적지는 이곳 남부 수단(뉴수단)의 나콰톰(Nakwatom)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이륙시켰던 것이다

즉, 공식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외교적으로 볼 때 수단에 불법 입국을 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국한 국가는 서로 양해되어 인정하고 있는 수단(북부 수단)이 아니라 뉴수단(남부 수단)에 입국한 것이다.

뉴수단은 인접 주변 국가들이 양해해주고 있는 국가(남수단)라는 명칭만 가지고 있을 뿐 정식으로 완성된 독립 국가(주권 국가)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토와 국민만 있을 뿐이므로 국토개발이 전혀 이루어지 않아 국가가 갖추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제반 인프라 구축도 전무한 상태이다.

우리는 오전 10시 15분에 우간다 엔테베공항을 출발하여 약 2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은 낮 12시 07분 경 수단(뉴수단) 나콰톰에 도착했다.

총 이동시간은 1시간 52분 정도이나 실 비행시간은 1시간 35분 정도 소요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분주하게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언제 어디서 왔는지 무장군인 10 여 명과 두 대의 국방색 찦차, 그리고 자주색 웨곤 찦차 한 대가 도착해 있었다.

두 대의 국방색 찦차 중 한 대는 정면을 향해 미제 M60 중기관총이 장착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대는 웨곤 찦차로 승합차와 비슷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 모든 차량은 일제 중고차로 매우 고물차들이었지만, 국방색 차량은 대통령 영부인의 경호용 차량이었다.

그리고 자주색 차량은 이곳을 찾는 귀빈(VIP)을 실어 나르는 접대용 치량이었다.

우리를 위해 배정한 접대용 차량에 짐을 싣고, 우리 일행들도 모두 본 차량에 탑승했다.

앞 차량은 경호 차량으로 전면을 향해 기관총이 장착되어 있었고, 뒤 짐칸 양쪽 가장자리에도 개인용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 4명씩 8명이 밖으로 발을 내놓고 걸터앉아 사방을 주시, 경계하면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탄 차량은 자주색 귀빈(VIP) 접대용 승합 찦차로 코만도 쿨 총리가 운전석 옆의 선임 탑승석에 앉고, 나를 바로 뒷좌석 우측에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실은 자동차 뒤를 따라오는 차량도 역시 경호용으로 국방색 승합 찦차였다.

- 26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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