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얘기가 무성하다. 후보들의 인품을 검증하다보니 그들의 사생활문제가 당연히 이슈화 되고 있다.

정치의 신인 에마뉴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선 판에 주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그것도 그의 지지율이 현재 지지율 1위인 마린르펜 후보를 바짝 뒤쫏고 있다.이들의 각축전이 계속 여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마크롱이 여론에 주목받는 것은 선두에서 달리는 대권후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사생활이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가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나 나이 차이가 나 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와 부인과의 나이 차이는 25세. 그것도 부인이 연상이라는 점이다. 마크롱은 39세 , 부인 트로뉴는 64세 라고 한다.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그가 15세 때 그에게 문학과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 당시 그의 부인은 남편도 있었고 아이도 셋이나 있는 유부녀였다. 스승과 제자사이가 나이를 초월해 서로를 사랑하는 애인 사이로 발전 했다. 세간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두고 말들도 있었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도 중년이후 혼외 연인인 안 팽조여사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미테랑은 45세, 팽조는 19세의 소녀였다. 25세나 나이 차이가 났다. 미테랑 부인은 여론을 의식 관저에 살지 않았다. 그가 혼외정사로 숨겨둔 아이를 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프랑스 사르코치 대통령의 사생활도 세간에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르코치 대통령은 이혼한지 3개월 만에 모델출신 새 애인과 다시 결혼한다고 알려졌을 때도 프랑스 여론이나 국민들은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 이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별명은 ‘아우디’ 였다. 네 번씩이나 결혼한 그의 전력을 동그라미가 4개로 표시되는 아우디를 빗댄 말 이다. 그래도 그가 총리가 될 때 그의 이혼 경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슈뢰더 내각에서는 외무장관이 네 번째 이혼한지 두 달 만에 여대생과 자주 만나는 모습이 매스컴에 공개됐다. 이 사실을 알고도 그를 장관직에서 물러나라는 사람은 없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녀관계는 우리네 정서와는 다른 점이 많다. 주변의 여론이나 사회적 눈치는 보지 않는 편이다. 언론이나 국민들도 정치와 사생활과는 구별 해 사생활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정치인과 사생활문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를 살펴보자. 부가 넘치다 보니 주변에는 많은 여성들이 있었고, 평소 여성들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는 곳 마다 추문이 잇따랐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윤리적인 면을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대통령으로는 선출하기는 어려운 인물이라고 비난했을 법하다. 그런데 그가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선거기간 내내 힐러리가 우세하다고 예측했던 미국의 언론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이 되었다. 국민들은 의외의 결과에 당혹했다. 당시 그는 자신에게 편향적인 보도를 했던 언론을 향해 쓰레기 언론이라고 혹평 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여자들과 염문이 많은 트럼프가 세 번이나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대통령의 영부인인 그의 부인은 세 번째 부인이고, 슬하에 10세의 아들도 두고 있다. 대부분 영부인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해야 하는 데도 아들의 학교문제로 학기가 끝나는 여름까지는 뉴욕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무튼 그의 가족들의 얘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너무 많아 의아할 뿐이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도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많은 네티즌과 국민들의 비난이 이어질 것이고, 상대방 정치인들은 이를 호기로 삼아 자질도 없는 비윤리적인 정치인들은 물러나야 된다고 매도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광화문광장이나 시청 앞 등 주요 장소에 모여 규탄대회를 가질 것 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자 문제와 관련된 소문으로 마음고생을 겪었던 정치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뇌물죄 보다 사생활 문제가 더 무섭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뇌물죄는 언젠가 잊혀 지거나 무혐의가 될 수도 있지만 사생활문제는 공소시효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 때문에 정치인들은 모두가 몸조심 하고 있다.

깊이 생각해 보면 도덕적인 문제와 개인의 사생활의 문제는 구별돼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 견주어 봐도 도덕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면 사생활을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론 유럽이라고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대해 무작정 관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잣대를 어디에 적용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다만 우리와의 차이는 그들에게 요구하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토니블레어가 영국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한 장관이 동성연애자이고 밤마다 술집에서 이들과 어울린다는 기사가 폭로됐다. 그때 토니블레어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는 “나는 낮에 얼마나 일을 잘 할수 있는가를 보고 장관을 임명했지 밤에 무슨 일을 하느냐는 관심이 없다”는 말로 여론을 잠재웠다.

김용식

베닌공화국 명예 총 영사

본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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