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부회장

요즘 정치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정경유착의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정치권의 움직임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눈치다. 국정농단사태를 비 롯 모든 부정의 원천이 올바르지 못한 정치인들과 재벌기업들의 잘못된 정경유착에서 시작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부 대선주자들과 여야 정당관계자들 모두가 정경유착 근절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 각종 법안들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은 기업을 통한 각종 기금출연으로 동반성장과 창업활성화 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해 관광 진흥 개발기금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대형 면세사업자의 경우 전년도 영업 이익의 15% 내에서 관광 진흥개발 기금을 납부하는 안을 주장했다. 면세점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대기업 측의 출연을 통해 관광산업의 발전을 시도 해 보려는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가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 지원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민간기업과 농협 등에 매년 1000억 원 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 하도록 했다. 지난 달 발의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중 지정에 관한 특별법도 비슷하다. 대기업이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사업철수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출액의 10% 범위에서 소상공인 육성부담금을 부과 하자는 것이다. 이들 법안 모두가 행태는 다르지만 대 기업자금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입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많은 의견과 법안들이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재계나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총수 구속과 함께 국 내외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는 삼성 사태, 반 기업 정서에 편승한 특검의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 움직임. 이들 사건은 종국에 무혐의가 돼도 수사 자체만으로도 기업 대외적인 이미지와 신용도에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생각은 수년간 글로 벌 시장을 누비며 어렵게 쌓은 브랜드가 짧은 시간에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대통령탄핵을 놓고 문제를 삼는 것이지,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들을 들추어보아도 말로는 대기업들이 경영부실로 잘 못돼 파산된 예도 있지만, 사실 그 이면을 보면 당시 정권에 밉게 보여 해산된 사례도 많다. 단순히 기업을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논리로만 본다면 기업 측은 성장, 노조 측은 분배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지금처럼 법리적 잣대로만 대기업을 다루면 당장은 정의로운 일 인 것 같지만 그 결과 경제악화로 연결 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어느 외교가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리의 대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은 곧 국가의 실추다. 그런데 자세한 대 기업의 입장과 실정도 감안치 않은 지금감은 분위기에 어느 기업이 기금조성에 앞장서겠는가. 재계일각에서는 정치권의 개혁이 과거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막 기지개를 펴려는 참에 참으로 우울한 일들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다. 재벌개혁을 외치고 상법개정안까지 준비하며 기업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정치권이 기업을 상대로 돈을 걷겠다는 저의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환경이 어렵다며 자꾸만 해외로 눈을 돌리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걱정스럽다.

김용식

베닌공화국 명예 총 부영사

본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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