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23일 법정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를 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정권말기에 IMF로 인해 바닥을 쳤지만 취임 초기에는 80%가 넘는 지지도를 받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비는 마음은 전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 개인을 떠나 정권의 성공이 국민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버려야 될 단어가 있고 포용할 대상이 있다. 바로 “적폐”라는 단어와 “적폐세력”이라는 대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제도적인 문제와 그 제도를 만든 당시 여권이던 지유한국당과 친박세력, 그리고 극우 보수 세력을 일컫는 말이라고 누구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도 일관되게 적폐세력을 외쳤다. 좁게는 친박과 여당 정치집단으로 들렸지만 넓게는 극우, 심지어 진보를 싫어하는 보수 세력 전체를 일컫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가짜 보수 정치세력, 이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립시다, 여러분." 이라는 말로 보수세력을 자극했다. 이해찬 의원은 “극우보수를 궤멸시키자”고까지 했다. 물론 선거 기간 동안 표를 구하기 위한 행위로 받아들이고 국민들도 아마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안위가 달려있다. 친노세력의 수장도 아니요, 대한민국의 수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그가 한말은 의미심장하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그는 “참여 정부를 뛰어 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다는 것은 힘든 길이지만 그는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도전 의지를 밝혔다. 지금 대한민국은 찢어질 대로 갈라져 있다. 5.9 대선이 끝이 났지만 당분간 잠복기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는 봉하마을에서 국민들을 향해 희망찬 말을 던졌다. 
 

"앞으로 임기 동안 노무현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지난 20년간의 대한민국 정부를 성찰하며 희망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했지만 노무현은 이상은 높았지만 힘이 없었다”고 했다. 

시대가 이제 변했다. 문재인은 힘이 있다. 노무현은 광화문 촛불의 힘을 빌리지 못했지만 문재인은 그러한 힘을 빌렸고 또 빌릴 수도 있다. 저축성이다. 그는 추도식에서 ‘우리는 다신 실패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그러한 길로 가기 위한 소통행보를 시작했다. 파격적인 인사와 거침없는 행보에 모든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국민눈높이에 맞는 개혁도 강조했다. 그것은 문재인의 신념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부정부패의 근원은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 제도적인 문제점을 걷어내려면 인적 청산도 포함될 수도 있다. 사회정화 차원에서 ’국가제도개혁위원회‘등을 만들어서 국가의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위원회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두면서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지금같이 ‘우병우 재조사’‘4대강 감사’‘적폐세력 청산’등이 모두 대통령 의지로 돌아가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건 이전 대통령들과 똑같은 권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위를 낮추고 소통을 강조하면서 국민들과 커피마시고 셀카 찍고 하는 것이 소통이 아니다. 입은 개혁을 외치고 서민 대통령을 외치면서 행동은 옛날 권위로 가면 안 된다. 적폐와 부패는 청산이 돼야 하고 잘못된 제도와 근원은 도려내야 한다. 모토는 개혁과 청산은 제도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그기에 따른 인적 청산도 따를 수가 있다. 그런 게 적폐청산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것과 상관없는 정치적인 반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를 적폐세력으로 몰아 이념적으로 몰아가는 청산은 또 다른 이분법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5년 뒤에 다시 노무현 앞에 서기 위해서는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 노무현은 정치 불모지에서 자신을 던졌다.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하면서도 그는 비겁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재촉하면서 자신을 던진 승부사다. 하지만 문재인은 노무현이 닦아 놓은 정치적인 자산을 일정부문 물려받았다.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는 임기 중에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른 길이다. 

국가는 현재 풍전등화라고 보아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고도의 머리를 굴려야 할 때다. 초기 대외적인 행보는 적절한 인사를 통해 포석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그의 적폐세력 청산에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옆에서 노무현이 진영논리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잘 보아온 인물이다. 노무현은 승부사이기 때문에 양쪽 진영이 분명히 갈라진다. 그런 모습을 문재인은 비서실장으로서, 노무현의 친구로서 평생을 지켜봤다. 

그런 그가 다시 적폐청산 세력을 사람과 보수로 한정하고 이분법을 만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반면교사는 바로 탄핵으로 가라앉은 반근혜 전 대통령이다. 적폐와 적폐청산 등을 대통령이 주도하면 반대세력이 생기고 그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국가제도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해야 한다. 청문회 검증을 받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적폐청산위를 설치해 국정농단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이 아닌 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적폐’‘적폐청산’이라는 말과 그 대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주도 청산작업은 또 다른 이분법을 만들고 진영논리를 양산할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의 해답은 간단치만은 않다.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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