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은 이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듯하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이 9.4%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을 포함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무려 20%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300대 1이다.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숫자를 늘려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최저임금을 올려 저임금으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을 구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안정된 직장을 갖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구호들이 다 공수표가 된 느낌이다.

청년 실업이 늘어난 데에는 단지 정부의 고용정책 실패만이 원인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고용 없는 성장에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게 된 데에 실업의 가장 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를 칼 마르크스는 기술적 실업(技術的 失業)이라고 정의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부실대학의 난립으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게 한 교육정책의 실패가 있었고, 청년들 스스로도 대기업에는 지원자가 몰리는데, 중소기업에는 인력이 모자라도 지원을 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2012년~13년 뽑은 신입사원 518명 중 493명이 채용과정에서 부정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공기관의 ‘채용 청탁’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번에 드러난 강원랜드의 사례는 청년 실업이 사상 최악인 지금 수십만 취업 준비생들에게 사회에 대한 배신과 분노를 느끼게 할 것이다. 전국의 공공기관이 300개가 넘으니 이번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이러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청년 실업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자기 자식이나 지인들을 구제하는 데만 급급하니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극심한 취업난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마구잡이로 ‘묻지마 취업’을 했다가 입사 후 ‘취업 반수·재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를 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인문사회계열은 반 정도가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한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한 청년 취업자는 그렇지 않은 취업자보다 임금도 낮다고 하니 청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마냥 취업 준비만 하고 있을 수 없으니 일단 들어가 일을 시작했지만 직무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나타나서 속 시원한 답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자리를 나눌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정규직과 연장자들은 청년과 신입들을 위해 양보해주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조차 자본의 논리일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 노조와 임원들도 자리보전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이대로 청년 실업을 방치하다가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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