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잘 살아보자는 이 노래는 1970년대 대한민국의 근대화 사업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때까지 개발이 안 되었던 농어촌에 도로를 만들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마을회관을 짓고, 신명나는 노래처럼 낙후됐던 마을이 바뀌어갔다. 하지만 이 운동을 박정희 유신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국민동원체제였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일까 문재인 정부는 해외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을 대폭 줄이고, 명칭도 삭제하려 추진 중이다.

개발도상국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새마을운동’ 관련 공적 개발 원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내년부터는 관련 신규 사업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코이카는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 정신과 농업·원예·축산 등 관련 기술을 개도국에 전파하는 프로젝트였던 새마을청년봉사단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는 대북 지원 업무를 전담할 ‘인도협력국’을 부활시키는 내용의 직제 개정령을 입법 예고했다. 대신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작년 9월 신설된 ‘공동체기반조성국’이 1년 만에 폐지된다. 이는 대북 업무의 중심이 ‘인권’에서 ‘인도 지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선일보>는 16일자 헤드라인에 북한이 300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쏜 날 남한은 “그래도 8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의 변하지 않는 막무가내 식 도발 앞에서도 정부가 변함없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란 명목으로 800만 달러를 보내려는데 분노한다는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원조 사업은 축소·폐지하면서 대한민국을 볼모로 미국의 원조나 받아내려는 북한에 대해서는 ‘인도협력국’이란 부서를 만들면서까지 지원하려는 것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에 ‘800만 달러 지원’ 방안과 관련 “유엔에서 최근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서 타격을 입는 (북한) 취약 계층에 시리얼이라든가 백신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유엔 정신에 반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북한의 취약 계층을 걱정해주는 정부가 왜 개발도상국의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새마을운동’은 폐지하는가? 박정희·박근혜가 밉다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막는 것은 무슨 횡포란 말인가? 아직도 이 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우리민족끼리’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새마을운동의 취지야 어찌됐던 지금 이 운동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에게 그들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업이다. 6.25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로 버티던 대한민국이 이제 전 세계 가난한 나라들에게 발전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나라로 바뀌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사업을 축소·폐지하다니 권력의 행태가 야박하기만 하다. 북한에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동족에게 그야말로 300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을 어떻게 정상이라고 볼 수 있겠나.

남북통일은 북한에 매달린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앞 설 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바라는 것처럼 북한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힘이 있으면 우리 스스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국력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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