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가수가 불러 유행한 아모르 파티(Amor fati)란 가요에선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란 가사가 나온다. 시대를 반영한 탓인지 이 노래는 빠르게 전파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런데 실제로 ‘결혼은 선택’이란 말이 현실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녀 생애미혼율이 2015년 8.0%에서 2025년에는 지금의 2배인 16.6%, 2035년에는 3배인 2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생애미혼율이란 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전후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평생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통계를 내는데 사용된다. 생애미혼율은 일본에서 나온 개념으로 45~49세와 50~54세 미혼율을 구해 이를 평균해서 계산한다. 생애미혼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남성의 생애미혼율은 2015년 10.9%에서 2025년 20.7%, 2035년 29.3%로 높아지고 여성은 같은 기간 5%, 12.3%, 19.5% 증가할 것으로 추계됐다.

사실 생애미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아모르 파티(운명애:運命愛)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사정 때문이다. 오히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란 말이 더 실제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태풍이 몰아쳤다. 고통분담과 노동유연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이 저하되고 안정된 생활기반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의 활력은 떨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생애미혼율 증가는 이런 일련의 현상 가운데 하나이며 앞으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더욱이 고학력·고소득 여성은 결혼을 안하고, 남성은 취업난으로 취업을 못하거나 비정규직이 늘면서 결혼할 준비를 못하는 경우도 늘었다. 산업구조에 따른 고용형태변화가 결혼시장의 변화까지 몰고 온 것이다.

미혼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미혼자(未婚者)가 아니라 비혼자(非婚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혼자란 용어는 결혼하는 것이 정상이고 결혼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란 어감이 내포되어 있어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미혼자이거나 비혼자이거나 국가적으로 봤을 때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재앙이다. 국가는 미혼자 증가에 따른 인구감소와 생산성 하락을 대처할 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다다르는 것은 물론 사회의 활력이 떨어져 결국 쇠락하게 될 것이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어 사람들 입에 회자될 수는 있지만 실상은 엄청난 사회적 손해이다.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사회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돌아가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취업이 원활하게 이뤄져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대책에 관해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하는데 정부는 공무원 수만 늘리려고 한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기업은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제라도 정부가 친기업 정책으로 기조를 바꾸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생애미혼율 감소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강요된 선택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이다. 청년들이 정말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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