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서울시 국정감사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서울시에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해 해당 업체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업체 사장이 자신에게 두 차례에 걸쳐 찾아와 폭언과 협박을 했다며 박원순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는 정회가 되었고, 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업체 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허인회씨로 밝혀졌고, 박원순 시장은 허인회씨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허인회씨의 행동은 단순한 우발적 행동이 아니다. 서울시가 태양광 발전 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고, 허인회씨의 업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입어 태양광 발전 사업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용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태양광 발전 사업 자료를 요구하자 허인회씨의 신경이 곤두선 것이다. 허를 찔린 허인회씨가 정용기 의원 보좌관에게 폭언과 협박을 한 것은 허씨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자신의 사업이 단순히 개인사업 정도가 아니라 국가정책이 반영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마당에 반대세력에게 시비가 걸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신규 원전은 짓지 않기로 했다. 다시 말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원자력발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그동안 원자력발전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시행한 주체들이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발전을 시행해온 이들의 부정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원전 사업 전체의 구조적 비리로 보고 원전 사업 자체를 폐기하려는 것이다.

지금 정부를 운영하는 핵심인사는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다. 운동권 출신들은 학생운동을 하던 시기 마르크스주의를 섭렵한 이들로서 자본주의 체제를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타도하려는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하고 학생운동이 몰락하자 이들의 사상은 사회민주주의로 진화했고, 생태주의를 받아들여 환경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들도 상당수가 된다. 현 정부 핵심인사들과 맥을 같이 하는 이들의 사상이 이렇게 바뀌어간 것을 생각해보면 탈원전 정책은 필연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끼어들게 된 좌파포퓰리즘이 아닌 것이다.

탈원전 정책은 분명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것이 생태주의가 됐던, 녹색주의가 됐던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고, 그 가운데 태양광 발전 사업은 가장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일처럼 태양광 발전 사업에 감사의 칼날을 들이댄다고 야당 국회의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는 한 언젠가 탈원전 정책도 원전 산업이 걸었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디 친환경 재생 에너지 개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