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이후 한중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조기에 공격위험을 탐지해 방어할 수 있도록 사드배치가 결정됐고, 중국까지 전자파가 도달하지 않는데도 중국은 막무가내였다. 처음에 성주군 레이다 기지에 설치하려던 사드는 주민들의 반대로 골프장으로 배치 장소가 옮겨졌고, 골프장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으로 중국내 유통 사업을 접어야 했다. 결국 정부는 사드 추가배치를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사드배치는 주권국가의 자위적 차원의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반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국 길들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우리는 약 10조원의 피해를 보고 더 이상의 사드배치는 안한다는 조건까지 들어주었다. 중국이 만약 한국을 동등한 주권국가로 대한다면 방어용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시진핑 주석을 예방한 이해찬 의원을 하대(下待)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한국을 속국(屬國)대하듯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0년 동안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우리말 단어 가운데 70%가 한자어라는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의 문화를 지배하는 유교이념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이렇듯 단지 정치·경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까지도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배웠고, 우리의 것으로 정착시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국의 속국이거나 중국보다 떨어지는 삼류국가는 아니다. 오히려 서세동점의 역경 속에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경험이 있는 우리이지만 해방 후 산업화와 민주화로 세계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정말 한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호혜평등(互惠平等)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겉으로는 북한을 규탄하지만 뒤로는 여전히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렇게 사드배치가 거슬린다면 미국에 항의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왜 한국을 표적 삼아 금한령(禁韓令)을 내려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는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중요하듯이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사드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 세계질서에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금언이 있지만 사드배치 하나 때문에 한중관계는 그 허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우방이던 대만과의 관계도 버렸다. 당시 대만 국민은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극도의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렇게 형성된 한중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 인민군을 사열하면서 최고조에 달했었다. 25년 동안 쌓아온 관계를 사드배치 하나로 망치는 것은 중국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면서 결국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라도 한중 정상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한중관계는 더욱 발전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 때문만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도 한국과 중국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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