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따르면 교회는 주님이 세우신 주님의 교회다. 마태복음 16장 18절에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기록되어 있다. 물론 천주교는 교회의 기초를 베드로 개인으로 보고, 개신교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으로 본다는 차이는 있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교회는 공적인 것이지 절대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공교회라는 용어가 쓰이고, 직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교회는 개인의 의사대로 운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한국교회는 그 어느 나라의 교회보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이며 순수한 측면이 많았다. 구한말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되면서 도탄에 빠져있던 백성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고, 신분제도에 찌들어있던 사람들에게 만민이 다 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평등의식을 심어주었다. 나라를 잃었을 때에도 사회교육과 독립운동에 투신한 신자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해방 이후 건국에 앞장섰으며 6.25전쟁 시에는 나라를 위해 뜨겁게 기도했던 것이 우리 한국교회였다.

대한민국이 산업화가 되고 민주화 되는 과정에서도 한국교회의 역할은 지대했다. 사회의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한국교회도 분열과 반복의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한국사회를 리드하는데 제 몫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성장하고 대형화 되면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담임목사의 권위와 권한이 극대화 되고, 교회 내에서 재정적 비리와 성추문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결국 교회가 세습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최근 장로교단의 초대형교회가 담임목사직을 세습했다. 이 교회는 그동안 아버지 목사나 아들 목사나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와서 그 파장이 더욱 큰 상황이다. 물론 아버지가 세운 교회를 아들이 물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은퇴목사와 후임목사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목회철학과 신학방향을 공유한 목회자의 관계일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습되는 교회를 보면 담임목사의 권위에 눌려 아들에게 교회가 넘어가는데도 감히 반대를 할 수 없는 모양새가 대부분인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혈연을 강조한다. 혈연 앞에서는 이성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이다. 이런 유별난 성향 때문인지 사회의 공적 집단이 개인의 혈연관계에 따라 움직여지는 경우가 많다. 교회의 세습이 그러하고, 기업의 세습이 그러하며, 공산당의 세습이 그러하다. 한국교회는 자신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북한의 공산당과 세습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주님의 것이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