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공보수약정 무효 판결에 관한 소고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본지논설위원l승인2018.02.13l수정2018.02.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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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사 성공보수약정은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특히 대법관 4인은 그러한 판결이 변호사업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보충의견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착수금과 성공보수라는 이원적인 변호사 보수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본 판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본 판결을 통

하여 변호사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고취되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확보되며, 전체 변호사 집단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제한은 합리적으로 균형에 맞는 것이다. 또한 보충의견은 대부분의 법률 선진국에서 일찍부터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하고 있다.

본 판결에 대해 대한변협에서는 “사법불신의 원인을 잘못 파악한 어리석은 판결”이라는 즉각적인 성명을 내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서울변회 또한 유감을 표하며 ‘형사사건수임계약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후속대책으로 형사사건 표준계약서 예시안 4가지를 제공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물론 본 판결에 대해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의 경우 이른바 전관예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고, 이에 엄청난 성공보수가 제공되어 왔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악습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호평도 존재한다. 이하에서는 본 판결의 법리적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국의 사례도 함께 고찰해 보기로 한다.

우선 본 판결은 사적자치의 영역인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위임계약내용 중 보수지급 방식에 대한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변호사는 물론 의뢰인의 행복추구권(일반적 행동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계약의 자유 및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는 기본권 제한의 방법상 한계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것임을 물론 그 형식적 한계로서의 법률에 의한 제한의 원칙 또한 위반하고 있다. 대법원이 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일원인 변호사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며, 판례법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사법적극주의를 넘어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어 입법권을 침해하는 등 권력분립의 원리에도 반한다.

또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을 무효화시킬 경우 이른바 전관예우가 획기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 보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유효로 둔다 하여 형사사법의 공정성·염결성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소위 전관을 선호하는 일부 의뢰인들이 존재하고, 전관으로서 법원 내지 검찰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일부 기성 법조인들이 있는 이상 전관예우를 한 번에 뿌리뽑기는 어렵다. 또한 전관예우의 문제는 비단 형사법만의 문제는 아니며, 오히려 법원이나 검찰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혁 이를테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부장판사나 검사장의 변호사로서의 개업 제한 또는 수임사건에 대한 엄격한 제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시행 중인 사건 재배당 제도의 확대 시행 등을 통해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지, 애꿎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에 칼을 대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는 과거 자신들의 잘못된 수많은 판결 내지 검찰의 월권적 처분에 기인한 국민들의 법조불신의 깊은 굴레를 대다수 선량한 변호사에게 전가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법원이 본 판결을 통해 “변호사는 개개인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전체 변호사 집단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라!”라고 한 점은 사법부의 오만함과 법원 만능주의를 또 한 번 드러내 보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독립성이라는 것도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요 허울좋은 구실에 불과하다. 변호사는 이제 의뢰인이 지급하는 보수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한 사람의 생활인 내지 사경제주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 솔직한 속내이고 보면, 정의실현과 공동선의 추구라는 것은 어쩌면 현실성없는 공허한 이상에 불과할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변호사들은 지금 이 시간까지도 기록과 싸우며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의뢰인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으며, 본 판결이 의뢰인도 수긍할 수 있는 범위내의 성공보수 약정까지 일률적으로 무효로 본 것은 도가 지나쳤다.

한편, 미국변호사협회의 직무행위표준규칙(Model Rules for Professional Conduct) 1.5 보수 (c)는 “성공보수가 (d)항이나 다른 법률로 금지되어 있는 사안 외에는 변호사가 수행한 직무의 결과에 따라 그 보수가 달라질 수 있다....”, (d)는 “변호사는 다음의 것들을 위해 주선하거나 청구하거나 수취해서는 안 된다....(2) 형사사건에서 피고인 대리를 위한 성공보수”라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이미 1977년 미연방대법원이 내린 한 판결에서 법조직(legal profession)이 장사(trade)보다 윗길이라는 믿음은 시대착오적이다.“라고 판시한 것과는 배치되면 측면이 있고, 실제 최근 영화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에서도 보이듯이 형사사건에서도 성공보수 계약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지만, 이를 처벌한 예는 드물다.

독일의 경우 2006. 12. 12.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면서 아무런 예외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고, 변호사 보수법 제4조 a는 “(1) 성공보수는 구체적인 사건의 특별한 사정이 고려될 수 있을 때에만 개별적인 경우에서 합의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의뢰인이 자신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성공보수의 약정 없이는 권리추구가 어려울 때 적용된다.”라고 규정하여, 성공보수 약정을 무조건적으로 무효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구 변호사 보수규정에서 민형사사건 모두에 착수금 이외의 변론 결과에 따른 보수기준을 제시하고 있었고, 형사사건의 경우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 또는 구형보다 형이 감경된 경우에 보수 기준을 각각 달리 규정하고 있어 착수금과 성공보수라는 보수의 이원체제로 규정되어 있으며, 현재에도 성공보수에 관해 별도의 제재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헌법재판소 2002. 2. 28.선고 2001헌가18 결정에서 다른 전문자격종사자와 달리 유독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더욱 강조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의 단초를 엿볼 수 있고, 부정하긴 했으나 변호사의 상인성에 관한 판시(대법원 2007. 7. 26.선고 2006마334 결정), 독일과 같은 명문 규정 [독일연방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독립된 사법기관 (ein unabhangies Organder Rechtspflege)에 속한다”]이 없는 우리법의 태도, 더구나 전면적으로 금지되던 변호사업무 광고를 점차 허용하는 쪽으로 그 규제 방식이 변화해 온 점 등은 변호사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이라는 오늘날의 트렌드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생각건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을 변호사에게 억지로 입히고 있고, 특히 우리 청년변호사들의 긍지와 사명감에 깊은 상처를 줬으며, 일부 과도한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 전관출신 변호사의 문제점을 마치 변호사 전체의 잘못인 양 침소봉대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성공보수 약정은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일반인에게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실현케 하고,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젊은 변호사들에게는 고객확보의 길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대법원의 재고를 요구하며 조만간 본 판결이 다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번복되기를 희망한다. 차제에는 이번과 같이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 아니라 법률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준비 과정을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 또한 아울러 갖출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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