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면밀한 의료 정책 수립이 아쉽다. 현실적으로 건강보험 보장 개선은 시급하다. 그러나 재정 부담 수준이 뒷받침돼야만 지속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외래 의사들이 집단저항에 나서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자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나선 진짜 이유는 뭘까.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돼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뽑힌 의사협회장을 선봉에 세워 국민건강을 볼모로 파업투쟁까지 나설 기세다.

문재인 케어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던 3천800여 개 비급여 의료행위를 급여항목으로 전환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그간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온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 등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했던 항목들은 건보가 적용될 수 있도록 급여화해 국민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병원비로 고통 받는 이들을 생각하면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의사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당연히 의사들의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번에 급여화가 시작된 상복부는 간, 담낭, 담도, 췌장, 비장, 신장, 위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연간 진료비는 2천500억원 정도다. 전체 초음파 검사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관건은 재원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료의 큰 인상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야당과 의료계 입장은 다르다. 보장성 강화로 당장 2019년부터 건강보험 적자가 시작된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지출액을 줄이지 않으면 2026년 누적 적립금이 전부 고갈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바는 지난해 3월 현 정부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에 바닥나고 2025년이 지나면 총 20조1천억 원 적자를 떠안게 되는 것으로 예측했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외에도 의료비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가 지혜를 모으길 촉구한다. 정부는 의료비 정찰제인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허위 청구 차단,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방지 등 재정 절감 대책을 통해 적자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 여하튼 여러 주체들이 자기 목소리만 내면 국민건강만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아선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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