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종식­평화 도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시작일 뿐이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놓고 성패가 갈리겠지만, 중국·러시아·일본의 입지 강화 시도 등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우리의 지혜로운 대처가 긴요하다.

남북한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은 필수다. 그런데도 국회는 대결에 사로잡혀 2개월째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정쟁거리로까지 부상할 조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평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압박하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위장평화 쇼"라고 판문점 선언을 평가절하하면서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양측의 힘겨루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기 싸움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야 대치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에 공조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판문점 선언의 의미 부여를 놓고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현안별로 복잡다단한 이합집산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비록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전략 끝에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고 해도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넘기고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든 일 자체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역사적인 선언 자체를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가 뒷받침하는 건 권리이자 책무가 아니겠는가.

첫 술에 배부르지 않듯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남북은 지나친 낙관론도, 비관론도 동시에 경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공동 번영이란 최종 목표를 향해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 국회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라는 주문인 것이다.

남북정상 간 합의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만 향후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상황이 변화하더라도 합의 내용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합의내용이 실효성 있게 계속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근거해 만들어진 남북관계발전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면 된다.

남북문제 같은 국익 문제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독일 통일은 진보정당인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의 헬무트 콜 정부가 계승해 완성됐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길 필요가 있다. 남북합의서 비준 동의에 초당적 협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누구보다 수권을 꿈꾼다는 한국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애정 어린 비판을 하되 협력하길 기대한다. 여당도 ‘드루킹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국회 정상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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