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대구·경북, 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14곳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선거 전부터 여론조사 등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으나 막상 선거결과 앞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여배우 스캔들 같은 악재가 터졌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호재 속에 귀추가 주목되던 터였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된 남북화해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이어 선거 전날 열린 북미정상회담까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냐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 촛불시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면서 중심을 잃은 보수정당이 대선에 패배하고서도 변화의 조짐이 없이 구태의연한 행태를 반복하면서 국민에게 외면을 당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더욱이 한국판 제3의 길을 모색하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몰락은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연대가 현실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 첫 출근을 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장 선거에선 박원순 당선인이 3선 고지에 오르며 여당의 차기주자로 자리 잡았다. 박원순 당선인은 지난 2011년 당시 안철수 후보의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강한 견제를 받으며 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당선인은 선거를 치르면서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에게서 서울의 청렴도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며, 청년 실업률은 최악의 상태라며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선택은 압도적으로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란 구호를 내건 박원순이었다.

박원순 당선인은 “오늘의 승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시민의 삶을 바꾸는 사람중심의 도시를 만들라는 서울시민들의 열망이 모인 것이다”며, “지난 6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4년 서울시민의 삶을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이재명 당선인이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누르고 압승했다.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김경수 후보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누른 것처럼 이재명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부터 문제됐던 욕설파일과 여배우와의 스캔들에도 경기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여야 모두 최대접전지로 꼽을 만큼 관심지역이었다. 상대였던 남경필 후보도 야당 내에서 차기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입지가 단단한 인물이었고, 이재명 당선인도 지난 탄핵정국에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은 16년만에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한 것이 됐다.

이재명 당선인은 “우리 도민들과 국민들께서 촛불을 들고 꿈꾸셨던 세상, 공정한 나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그 꿈이 이번 경기도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열망이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또한 “저는 제가 우리 국민들이 국민 스스로의 삶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부여된 역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확고하게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중심, 삶의 질 높은 경기도 만들어달라는 도민들의 그 열망을 반드시 실현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 평화의 시대에 우리 경기도가 남북 간 경제 협력, 평화와 교류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

인천시장 선거에선 ‘친박’과 ‘친노’의 대결이 주목된 가운데 ‘친노’ 박남춘 당선인이 ‘친박’ 유정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남춘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정복 후보를 적폐 잔당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야당심판에 앞장섰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소위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발언을 하면서 대세가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천 제물포고 동문이라는 점과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노선을 걸어온 두 사람 가운데 인천시민은 전임 시장보다 신임 시장에 기대를 걸었다고 분석된다.

박남춘 당선자는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 인천특별시대를 열겠다”면서 “이제 300만 인천시민 모두가 특별하고 존중받는 인천이다. 인천특별시대에는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이다”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또한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인천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시대에 주역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는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투표를 마감한 결과, 잠정 투표율은 55.3%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았다.

▲ 업무복귀 환영회에서 ‘수원특례시’ 실현을 약속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또한 3선에 성공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선 7기 임기 중에 ‘수원특례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마치고 14일 업무에 복귀한 염 시장은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업무복귀 환영회에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 혜택을 늘리려면 행정·재정 권한을 확대할 수 있는 특례시가 돼야 한다”면서 특례시 실현을 약속했다.

염 시장은 이어 “저를 믿고 선택해주신 125만 수원시민과 3000여 공직자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선거 운동 현장에서 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민선 7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67%의 득표율로 당선된 염태영 시장은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수원시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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