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갈등과 분쟁 해결 위해 조정산업활성화 입법추진

▲ 김철호 회장

‘조정산업활성화를 위한 범국민 입법추진위원회 출범 및 입법공청회’가 지난달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관계자와 내외빈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문지식 서비스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한국에서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정산업활성화 입법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날 행사는 한국조정산업진흥협회 주관으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후원해 치러졌다.

사단법인 아이팩조정중재센터 김철호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조정산업활성화 입법추진 공청회’는 원혜영 국회의원과 정갑윤 국회의원 그리고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축사와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 공청회에 참석한 내외빈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조정산업활성화가 논의가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이 투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 년 간 벌어지는 소송이 67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소송남발국가가 되어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변호사를 찾고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것 같은 미국도 우리보다 소송 건수가 적다. 우리보다 인구가 2배가 더되는 일본도 한해 발생하는 소송이 100만 건 이하이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아이팩조정중재센터 김철호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이팩은 어떤 일을 하는가

2014년 교수 생활을 정리하면서 특허청 산하 IP분야 조정중재기관을 만들었고 ‘아이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국내외 법인이나 개인이 지식재산과 관련된 분쟁을 전통적인 법원 시스템 밖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여러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를 제공하는 비정부 비영리 기관이다.

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보다 나은 점은

소송은 경제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손실도 어마어마하다.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한해 670만 건의 소송을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래서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체적 분쟁 해결을 가리키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라는 용어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에서도 많다. ADR의 ‘A’가 대체(Alternative)가 아닌, 적절한(Appropriate)으로 바뀌어야 한다 것이다. ADR은 소송의 대안이 아니고 더 바람직하고 더 적절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실시되는가

미국은 소송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이 더 많다. 일본은 인구가 2배나 많은데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송이 적다. 미국의 경우는 소송이 너무 많다 보니 법원 시스템에 부담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1926년 분쟁해결 기관으로 미국중재협회(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를 만들었다. 그 이후로 중재로 인한 갈등 해결이 증가했다. 소송이 별로 없는 일본은 분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협상에 의해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강의 중인 김철호 회장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분야는 어디인가

한국사회는 남녀 간, 세대 간, 지역 간, 계급 간 갈등이 한도 없지만 그 가운데 특히 노사갈등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와 사회적 안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노동조합과 기업 간의 합리적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지점을 찾기 위해 누가 참여해서 어떤 방식으로 조정과 중재를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국제 분쟁도 많이 일어나나

돈이 있는 곳에 분쟁이 있다. 한국의 경제 구조가 해외에서 4배를 벌기 때문에 국제분쟁이 4배다. 영국 로펌들이 대부분이 이 분쟁을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 국가적 손실이다. 이 같은 구조 개선을 위해 국제 분쟁의 효율적 해결 시스템 정착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조정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하는데 가장 우선적인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가 양성돼야만 활성화될 수 있다.

전문가 양성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글로벌 조정중재전문가 과정(GNMP, Global Negotiation Mediation Program) 등의 기본적인 교육 시스템과 위촉장 발급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아이팩’은 MIT대학교 산하 공공갈등 분규해결 분야 연구소인 CBI(Consensus Building Institute), AAA(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와 함께 미국 양대 조정중재기관의 하나인 JAMS(Judicial Arbitration Mediation Service)와 긴밀한 협업 관계다. 특허청 대한상사중재원 대한변리사회 코트라 등의 국내 유수 기관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국제갈등 해결 법학석사 학위과정(LLM in IDR)의 공식 에이전트로서 숭실사이버대학교 및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함께 학위과정을 공동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협업들을 통해 가장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자랑한다.

▲ 특허법원과 아이팩 업무협약

특히 사)아이팩조정중재센터는 금년부터 특허법원 최초의 외부위탁조정기관으로 지정받아 특허법원에서 위탁하는 다양한 조정 사건을 GNMP과정을 통해서 양성된 200여명의 분야별 전문조정인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조정센터 건립 및 조정 관련 사업 확대를 통해서 한국의 조정산업발전을 위한 토대 구축에 전념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4월 링컨협회를 창설했다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라(malice toward none)’,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에게 베풀어라(charity for all)’, ‘옳음을 확고히 지켜라(firmness in the right)’를 내세운 1865년 링컨의 재선 취임 연설은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하는 핵심 정신을 제시했다. 이 같은 링컨 정신을 사회갈등, 외교 갈등에 적용하자는 의미로 링컨협회를 창설했다. 또한 미국링컨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선진 기저와 한국문화를 접목시켜 건전한 정신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 링컨 조각상

김철호 회장은 고르바초프 시절 소련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공산당 서기장이라고 넓은 데로 가는 것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좁은 데서 사는 것이 아니라 식구 수에 따라 아파트 평수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물권(物權), 다시 말해 사유재산이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한다. 미국도 공산주의와 마찬가지로 인민(人民)을 위한 정치체제를 고안했는데, 그것이 바로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나오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다. 같은 인민(人民, people)을 위한 정치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망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이런 링컨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 구현한다면 지금과 같은 소송이 남발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김철호 회장의 생각이다.

또한 김 회장은 과거사 문제로 우리와 항상 갈등과 반목을 되풀이 하는 일본도 ‘죄송합니다’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피해를 주더라도 자발적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소송이 우리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갈등과 분쟁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 한해 소송 670만 건의 오명을 벗으려면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을 바라고 사는지부터 되돌아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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