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경제상황 속에서 농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 류태영 이사장

새마을운동하면 낙후된 농촌을 개발하는 캠페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잘 살아보세, 잘살아보세’하던 새마을운동 노래도 농촌을 어떻게 하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볼까 하는 목적으로 불렀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농촌은 과거 새마을운동에도 불구하고 농민의 고령화와 농산물수입개방 등으로 인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던 새마을운동 예산마저 삭감이 되었다. 새마을운동이란 말조차 생소해진 지금 1972년 당시 대통령비서실 초대 새마을운동 담당이었던 류태영 재단법인 농촌·청소년미래재단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현 정부 들어 과거 있었던 일들이 많이 부정되고 있는 가운데 새마을운동도 그 취지나 성과가 폄하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심지어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하던 새마을운동 예산이 삭감되기까지 했는데 심정이 어떤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전국새마을운동지도자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회 시작 전 새마을운동의 연혁을 보여주는 영상을 틀어주는데 너무 놀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름도 안 나오고, 사진도 안 나오고, 그 시절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더라. 또 새마을운동을 했던 교수들이 사비를 들여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제작하여 세우려고 하는데 세울 수 없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새마을운동본부나 연수원에 세우려고 하는데 몇 년을 두고 허가를 받으려고 했으나 허가를 해 주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박정희 대통령 동상은 교수들이 마음을 모아 제작한 것 말고 뜻있는 분들이 제작하여 설립하려고 한 것이 5개가 있는데 모두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 해서 사실상 분배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경제는 성장을 해야 발전을 하지 재벌이라고 원수처럼 보면 안 된다. 재벌을 죽이면 나라가 망한다. 재벌이 다 잘한 건 아니지만 격려해 주고 자꾸 발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순수하게 나라를 위하고 노동자를 위한 재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벌이 성장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이렇게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성장의 선수를 10여명을 키운 것이 오늘날 한국경제를 성장시킨 재벌 회사들이다. 경제성장의 원리가 이렇다. 성장을 위주로 재벌을 키운 나라는 다 경제가 발전했다.

새마을운동은 이런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돈을 벌게 해준 것이 아니라 정신무장을 시킨 것이다. 나는 지금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 그 나라 정부의 초대를 받아 가서 강연을 많이 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일으켰고, 그것이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정부에서는 어떻게 국민들로 하여금 생산성을 높였나 하는 내용으로 새마을 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도록 강의를 하고 가르친다.

▲ 2005년 동계연수학생들과

그동안 새마을운동은 낙후된 농촌에 도로를 깔고 지붕을 바꿔 개발하는 운동으로 인식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무수석에게 농촌을 진짜 아는 사람을 불러라 해서 건국대학교에 재직 당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 “농촌농민들을 위한 운동으로는 농촌과 농민을 살릴 수 없다. 전 국민이 하나가 되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농촌 새마을운동만이 아니라 부녀새마을운동, 공장새마을운동, 군인새마을운동, 학교새마을운동을 동시에 전개했다. 그러니까 “전 국민의 의식을 바꿔야 나라 전체가 잘 산다”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매주 대통령을 독대하며 정책을 제안했고, 그것이 그대로 실행됐다.

하지만 경제개발 이후 새마을운동이 추진되면서도 청년들의 이농(離農)현상이 심화되었다.

덴마크는 세계 선진농업국가로 전체 농민의 비율이 4%로 총인구 90%의 농민이 생산하던 농업생산량보다 많아졌고 기술개발도 엄청나게 발전시켰다.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이 일어날 때 농민수가 50%였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농민을 줄여야 된다고 건의했다. 그러기 위해 농업을 기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972년 당시 북한의 농업기술이 우리보다 3배나 앞서 있었다. 북한은 소련에서 트랙터를 들여와 농업을 기계화했고, 우리는 트랙터가 한 대도 없었다. 그래서 농업을 기계화하고 잔여인력을 공업으로 유입해서 그 인력을 활용하여 구미공단, 울산공단, 인천공단 같은 산업을 일으킨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단지 농촌을 잘 살게 하자는 운동이 아니다. 지금 농촌 인구가 5%인데 앞으로 3.5%로 줄어들 것이다. 이들이 전체 농업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 새만금을 방문하여

귀농(歸農)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귀농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 귀농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70%가 전에 회사를 경영했든지, 공무원을 했든지 연금을 받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취미로 귀농을 하는 것이지,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30%가 우리나라 미래농업을 이끌어 갈 진짜 농민이다.

우리나라 농업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했냐 하면 농업으로 재벌이 된 사람도 나왔다. 보통 연 매출이 8000억 이상 3조 미만을 재벌이라고 하는데, 농사만으로 3조 이상 매출하는 기업이 있다. 경영자는 학벌이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데도, 3년 내에 연 매출 10조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농장에서 하루 생산하는 달걀 수가 385만개이다. 뿐만 아니라 원예사업도 하는데 온실이 동양에서 가장 크다. 그리고 버섯 하나만 가지고도 연 매출 900억 이상을 매출하는 농민도 있다. 이렇게 특수기술을 통해서 농업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니까 경제성장을 하면서 농촌이 어려울 때 농촌을 잘살게 하는 기술은 물론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농민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고 대통령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농촌이 새마을운동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계획했던 대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50%의 농민이 낙후된 상태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5%로 줄여서 남은 인력은 산업화하는데 투입하고, 농업은 기계화하고 과학화시켜서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만으로도 재벌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 부모님과 함께

하지만 세계화 이후 농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 농촌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시장개방 때는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그 당시 대통령에게도 말했지만 개방을 안 하면 안 되는 시대가 온다. 옛날에는 우리가 쌀 생산하고, 채소 생산하고 살았지만 공업화하면서 수출을 해야 먹고 살게 됐다. 우리 상품을 수입한 나라는 우리한테도 자기네 상품을 사라고 하는데 당시 미국과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쌀 한 가마니가 3만원이다. 우리나라 쌀 한 가마니가 15만원 할 때이니 바로 시장개방을 하면 우리나라 농민은 다 죽는다. 또 소 한마리가 보통 600~800만원 하는데 미국과 호주에서는 비육우 소 1머리 당 가격이 300달러, 약 30만원이다. 그대로 개방하면 우리나라 축산업은 다 죽는다. 그래서 10년, 20년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이제 개방을 안 할 수 없다.

▲ 국민학교 시절, 군대 시절

경제란 함께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농산품과 공산품이 비슷하게 가야지 농업을 살린다고 공업을 죽여서도 안 되고, 공업을 살린다고 농업을 죽여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해 농업을 농민만 놓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전체 경제 상황 속에서 농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농촌을 희생해서 공업을 키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덴마크는 국민의 90%가 농민이었다. 그런데 선진농업국가가 되면서 농민이 4%로 줄었다. 이 4% 농민이 그전보다 농산물 생산을 더 많이 하면서 질이 좋고, 수입도 높고,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 현재 덴마크 1인당 국민소득이 6만8천5백 달러이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대한 인물이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박정희의 과오를 논하더라도 그가 새마을운동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한 것 이상으로 국가를 발전시킨다면 그보다 더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