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정세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데 높이 평가한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일정 논의까지 진일보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정전협정에 대한 당사국 중 하나인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차원에서 소중한 변화라고 하겠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미국 쪽의 상응 조치를 포함한 협조 방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대화한 것은 두 정상 간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晉條) 일본 총리와 뉴욕 한·일정상회담을 개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일본이 적극 지지하고 남북 및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긴밀한 상호 협력을 약속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반도 주변 다른 강대국들도 평양선언문에 대해 이미 큰 틀에선 같은 인식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중국은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 러시아는 ‘실질적, 효율적인 행보를 당연히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향후 관심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그 시기다. 일단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6일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연내 종전선언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로선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전망을 낳게 한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선언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미 조야에선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질적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실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흡한 게 적잖다.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단서를 붙여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했지만 이는 미래 핵 페기일 뿐 현존하는 위협인 50여 개 정도의 보유 핵탄두와 이동식 발사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 핵 무력의 근간인 플루토늄 생산시설, 고농축 생산시설을 영구 폐기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건 아쉽다.

이런 의문 해소를 위해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치를 조기에 취해야 한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핵 폐기 리스트와 프로그램 등을 제출하고 실천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담보하는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미국도 북한에 대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등 상응한 조치를 하는 게 도리다.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은 비핵화에 무게중심을 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잖은가.

여하튼 북의 과감한 비핵화 진전이 남북, 북·미 관계 성패의 관건이다. 같은 선상에서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한·미, 한·일 정상회담, 유엔 연설 등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넘어 한반도 공동 번영, 동북아 안정, 세계평화를 향한 소중한 여정이라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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