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명절 후기

[최종엽의 기자 수필] 최종엽 기자l승인2018.09.27l수정2018.09.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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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엽 논설위원 겸 정치부장

아내는 일주일 전부터 온라인과 동내 시장을 돌았고 나는 대청소와 정리정돈으로 손님맞이에 북새를 떨었었다.

아이들 좋아하는 불고기와 커다란 홍어는 전을 붙이고 회무침에 해물탕, 토란국에 잡채 볶고 김치 담는 과정도 아내를 도왔다.

요란하게(?) 준비한 명절아침은 만년 손님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황당하고 썰렁한 추석이 되어 버렸다. 창원과 김제동생은 원거리로 그렇다 치고, 코앞에 거주하는 막둥이가 근무관계로 추석을 함께 할 수 없단다. 구정에도 함께 못한 것이 추석으로 연결된 아쉬움 진해 대입준비로 집에 남은 조카라도 아침을 함께 했으면 했으나 이런 저런 사족이 달렸다.

남양주 동생과 조카에 사전 전화로 추석아침을 확약 받아 두었었고 손님맞이에 법석을 떨다 자정을 훨씬 넘겨 쪽잠을 자고 새벽 4시에 부부 함께 일어나 추석 상을 차렸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어디쯤 오는지 도착시간을 확인하려던 참에 벨이 울려 받아 든 전화는 셋째였고 부어있는 목소리는 일이 바빠 추석을 함께 할 수 없단다...?

이럴 수가.

수년 전 어머님 생존해 계실 때 성치 않은 몸으로 쌈짓돈 털어 추석 상 차리며 "아들아! 이번 명절은 꼬옥 다녀갔으면 좋겠다“ 하시던 말씀 떠올라 콧등이 시려오고 부모님 빈자리에 앉아있는 자아가 겹쳐 마음이 울적했다.

또 하나의 심적 고통은 맏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덕함으로 형 노릇 못한 것이 늘 마음을 짓눌렀었고 부모님 떠나신 후 장남이라는 작은 사명으로 양대 명절과 부모님 기일은 가까운 곳에 사는 동생들과 모이는 것이 힘들어도 큰 기쁨이었었다.

그런데 음식 준비도 많이 한 이번 추석이 두 부부만의 허전하고 쓸쓸한 자리의 서운함이 여간 크지 않았다. 식사 후 빈방에 홀로 앉아 턱을 괴고 생각하니 내가 틀렸다. 시대착오적이며 집착이었다. 핵가족 시대, 공항은 해외여행객으로 북새통이고 며누리들의 반란소식도 들리는데명절타령은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발상이요 해묵은 감각 이었다. 명절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자아적 집착을 내려놓고 명절은 가족끼리 편하게 행복한 시간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 알콩달콩 잘만 살아다오!

그러나 부모님 기일만큼은 모두가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만은 마음깊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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