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경영 정상화 여부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70억원을 건넸다는 혐의로 지난 2월 말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이 시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29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한 최후 진술을 되새겨보자. 그는 기업 현안이 있는 상태로 사회 공헌 행위를 해서 문제가 됐는지, 대통령과 독대해서 문제가 됐는지, 안가(安家)에서 비밀리에 만나서 문제가 됐는지, 아직도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지원금을 요청한) 재단도 이미 저를 포함해 많은 기업인이 출연한 공식 재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설득력 강한 논리라고 하겠다.

신 회장이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주된 이유는 양형 부당이다.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출연금 204억원 전액을 뇌물로 간주했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무죄 선고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성격을 “최고 권력자(박근혜)와 측근(최순실)이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해 사익을 추구한 행위”로 규정했다. 삼성을 사실상 피해자로 본 것이다. 이는 신 회장에 대한 법리 적용의 궤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뒷받침일 수 있다.

신동빈 회장 건은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리논쟁 대상이지만, ‘기업 경영을 통해 국가에 보답’ 하도록 신 회장에게 영어(囹圄)의 몸을 벗는 자유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시계는 멈춰 있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특히 지주사 체제를 정비하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실질적인 사업도 멈춰있다. 지난 8월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금액에서 롯데그룹은 2017년 대비 올해 2천268억원이 줄어들며 조사 대상 중 두 번째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 그룹사 하반기 공채에서도 예년보다 적은 1천100명 수준을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인력이 필요한데 채용 자체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총수 부재의 ‘그늘’이 짙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항소심 선고에서 석방돼 ‘기업보국(企業報國)’의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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