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당정치다. 정당정치는 의회정치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정치형태다. 그것은 복수(複數)정당제를 전제로 한다. 의회정치에선 다수결원칙 못지않게 소수 의견도 존중돼야 하기에 복수정당제는 물론이고 반대 입장의 야당이 존재하는 게 마땅하다. 사리가 이렇기에 한국정치 현실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비판과 협력, 대안 제시’ 역할을 해야 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주어진 책임과 역할은 무겁고도 크다.

하지만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아니 호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안보·경제관에 매몰된 나머지 6·13 재보선과 민선 7기 지방자치 선거에서 ‘궤멸(潰滅)’ 수준의 참패를 당했다.

선거 직후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극심한 내홍이 봉합 수순에 들어가며, 당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수구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하겠다고 수차 다짐했지만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는 대표적이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역사적 사건으로 긍정 평가받고 있음에도 ‘어깃장’ 일색이다. "통일이 되면 평양이 수도가 된다" 등은 단적 사례에 불과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정전협정에 대해 당사국 중 하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다른 강대국들도 평양선언문에 대해 큰 틀에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변화를 감지 못하는 한국당 입장과 대비된다.

마침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에게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맡겨 당의 인적쇄신 칼자루를 넘기려고 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 변호사는 합리적이고 개혁적 보수를 지향, 인적청산에 나서길 바란다. 전 변호사는 평소 소신처럼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만 가득한’ 한국당의 인재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길 기대한다.

한국당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이미 평화와 정의, 공존과 평등을 지향하는 상황임을 직시, 고정불변의 도그마적인 자기이념에 갇혀 수구 냉전적 사고를 하는 건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임을 인식하고 수권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