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엽 논설위원의 가을 사색]  무엇을 위해 바쁜가.
곱게 물드는 낙엽처럼 향기로운 과실처럼   
                       
                       최종엽 / 논설위원, 정치부장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물드는 낙엽 뒤로 삶을 조망하니 이순의 중반을 넘어 서고 있었다. 나이 탓인지 아내의 각별한 관심에도 몸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어려웠던 재개발사업이 활기를 찾아 일이 부쩍 늘었고 국회를 드나들며 기사송고와 ‘칼럼’ 그리고 중국과의  교류 및 ‘종중’일 등 나를 향한 요구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가운데 피로가 누적되어 몇일을 앓아누웠다.      

병상에서 맑은 햇살 넘어 물들어가는 낙엽을 바라보며 내 삶의 계절도 가을을 지나고 있다는 자각에 지나온 생애를 반추해 보았다. 짧지 않은 인생 절기를 지나오며 부모 형제를 비롯한 소중한 가족들과 공. 사 직을 포함하여 인연되었던 많은 분들에 정성으로 대하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였음에 대한 자각과 세상에 공헌보다는 많은 빚을 지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자성이 고개를 들었다.

바쁘다는 것은 활력이다, 그러나 바쁨이 내 삶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통제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었다. 모든 일에 집착이 심했고 합리를 가장한 아집이 강했으며 배려보다 강압으로 이해보다 직설로 상대를 아프게도 했다, 이제 모든 일에 여유를 가지고 보다 가치 있는 덕스런 노년을 맞이하자. 정지할 줄 알고, 주변을 돌아볼 줄도 알며, 양보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멋진 은빛 삶을 준비하자.

모든 관계에는 책임을 다 하고, 사업은 가능한 단순화 하며 사회성에 부합하는 일 한 둘을 택해 순리를 따라 일하자, 노년의 욕심은 사람을 추하게 하는 법, 합리적인 선택과 양보의 미덕으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며 모든 사물을 사랑과 감사로 격조 높고 품격 있는 생활로 하나님 보시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자! 

이 가을, 향기로운 과일처럼, 곱게 물들어 가는 낙엽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은빛 겨울 되어 하늘이 부르면 미련 없이 후회 없이 떠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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