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의 신뢰 회복이 요청된다. 한국GM이 GM 측 관계자들만 모인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어 생산 법인과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한 것이다. 수익이 좋지 않으면 연구개발 법인만 남기고 생산 법인은 폐업해 버리려는 사전 준비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목되는 건 유감스럽게 GM의 ‘먹튀’ 논란이다. 지난 4월 전북 군산공장 폐쇄 시 정부와 GM은 한국GM 정상화에 조건부로 합의했다. 양측이 자금 7조6천억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GM이 10년 간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등 한국공장 장기경영에 대해 약속했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비토권’을 얻어냄으로써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합의에 따라 GM은 6조8천억원, 산업은행은 8천100억원을 각각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GM이 2대 주주인 산은과 상의 없이 법인 분리를 밀어붙인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GM은 이미 유럽과 호주 등에서 구조조정 비용을 떠넘긴 채 철수한 전력이 있다. 2조 원 정도 정부 보조금을 받다가 보조금이 끊어지자 곧바로 철수한 호주 사례가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올 1~9월 판매량은 마이너스(-) 15%, 올 예상 적자는 1조원, 최근 6년간 누적 적자 3조5천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2003년 한때 연 40만대를 생산하던 호주 자동차 산업은 지금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못하는 불모지가 됐다. 한국GM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철수를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물론 산은 또한 GM의 법인 분리 의도를 사전에 알고도 소극 대응해 화를 키웠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본사 차원의 투자 의지와 경영전략부터 점검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대주주 책임과 지속 가능한 생존이라는 원칙을 천명해왔다. 그러자면 최소 10년 이상 남아 있겠다는 약속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