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유치에 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국회에서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2013년 중앙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로 이전했고, 2014년엔 수도권에 있는 적잖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바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취지 구현을 위해서다.

이처럼 이점이 적잖기에 공공기관 이전은 도시 간, 지역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갈등마저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 유치를 놓고 부산과 전북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상공회의소는 부산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다됐지만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임을 전제, 제3 금융중심지를 전북혁신도시에 추가지정을 검토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역 특성화 정책을 몰각한 처사라는 반응이다.

전북도는 전북혁신도시에 이미 국민연금공단 등 12개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는 만큼 이들 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금융산업이 추가로 이전돼야 한다며 국책은행과 농협중앙회 본점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도 ‘공공기관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채택하고 전략수립과 유치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도 부른다. 공공기관 122곳은 서울 지역 99개, 인천 3개, 경기 20개 등이다. 이들 기관에 근무하는 총 인원은 6만명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공공기관을 사수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 대비라는 명분이 작지 않지만 후유증을 감안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미 지방이전을 완료한 많은 공공기관은 업무 비효율성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 부처나 국회 관련 업무가 잦은 공공기관의 고위직 등은 서울을 오가느라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고, 지방 사무실은 거의 비어 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직원 55.4%가 ‘나 홀로 이주’여서 가족 간 해체를 부추기고 삶의 질도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 부처나 국회 관련 업무가 잦은 고위직은 너무 긴 이동 시간에서 오는 비효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을 오가느라 사무실에 없는 '무두절(無頭節)'도 지방 공공기관의 진풍경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분류 초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122개 기관은 이전할지 남을지, 어느 지역으로 갈지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집중화 해소 및 지역 균형 발전은 시대 흐름이다. 하지만 당국은 지방이전으로 고객의 불편이 없도록 하고, 지역경제 발전으로 연결되도록 세심한 계획 아래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총선과 대선 유불리 등 여권의 정치적 의도는 철저히 배제하고 국가정책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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