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에 전율을 느낀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그곳도 모자라 사체 훼손 등을 일삼고 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특히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해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 비상한 대책이 요청된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는 절제되지 않는 분노에 괴물로 변해 귀한 생명을 빼앗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택가에서는 부모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무단이탈한 A씨가 “왜 나를 입원시켰느냐”며 아버지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잇따르는 살인사건이 모두 ‘분노 범죄’라는 공통점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미수 포함) 914건 가운데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 357건(39.1%)으로 집계됐다. 분노 조절 장애(습관 및 충동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노 조절 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5천986명으로 집계됐다. 4천934명이었던 2013년 이후 4년 사이 21.3%가 증가한 수치다.

이들 모두 우발적인 일과성 사건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어쩌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가 잉태하고 있던, 예고된 비극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에 비상 경보음을 울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나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인명경시 풍조는 가정을 무참히 파괴하고 이웃 간 불신의 벽을 높여가면서 공동체가 허물어져 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울분과 혈기만 분출하는 ‘울혈(鬱血)사회’가 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비극이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구현, 생명 가치를 드높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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