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5,000만 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역사상 가장 큰 의학적 인종 청소라고 불리웠다. 독감에 걸린 환자들은 대부분 강력한 폐렴 진단을 받았고 그들은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결과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서둘러 종결되었고 평화조약이 맺어졌다.

오늘날 인간을 공포에 떨게하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는데 반하여, 스페인 독감이나 사스('02-'04), 조류독감('04-'08), 신종플루('09), 메르스('12-'15) 등과 같은 독감 바이러스는 오히려 인체의 면역기능을 촉진시켜 과민반응을 유도함으로써 결국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이토카인 스톰(폭풍)'을 일으킨다.

인체의 면역기능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는 독과 같은 화학물질을 뿜어내어 암세포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데, 이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상적인 신체조직마저 파괴하고 만다. 독감 바이러스에 의해 사이토카인이 다량 방출되면, 인체의 세포막, 특히 폐 내막 세포가 새기 시작하여 폐에 체액이 가득 고여 호흡곤란이 일어난다. 말하자면 환자는 자기 자신의 체액 때문에 침상에서 익사와 비슷한 죽음을 맞는다.

현재 양의학에서는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독감 바이러스 자체를 파괴하는 효과적인 약물도 없으며, 항염치료를 위해 다량 투여되는 스테로이드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인 감기약(온병약=전염병약)이 독감 바이러스의 사이토카인 스톰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온병(温病)=온역병(温瘟疫)이란 각종 유행성 급성 전염병의 총칭으로 그 원인은 "겨울에 한사(寒邪)에 상하면 반드시 봄에 가서 온병(溫病)이 생긴다"고 내경에 씌어 있다. 겨울에 정기를 간직하지 못하면 봄에 반드시 온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돌림병(전염병)은 봄 날씨는 응당 따뜻해야 하나 도리어 차고, 여름 날씨는 응당 더워야 하나 도리어 서늘하며, 가을 날씨는 응당 서늘해야 하나 도리어 덥고, 겨울 날씨는 응당 추워야 하나 도리어 따뜻한 것 등 해당한 계절에 맞지 않는 날씨로 생긴다고 한다. 봄에 생긴 온병에는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을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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