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 무엇이 문제인가

정세민 기자l승인2019.06.10l수정2019.06.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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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민 기자

세계에서 제일 큰 장로교회가 서울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다. 김삼환이라는 걸출한 목사가 개척해 새벽예배로 부흥한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명성교회가 세습을 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 교단은 헌법에 따라 세습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교회는 주님의 교회이기에 담임목사 또는 당회장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습의 사전적 정의는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이나 신분, 직업을 물려주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습의 대상이 공공성을 띨 때 상황은 돌변한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도 실은 한 사람의 사회적 신분이 부모의 재산에 따라 결정돼 세습되는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의 신분이 재산의 유무, 생산수단의 유무로 결정되는 현실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돈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은 절망적이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가족주의가 강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격언이 들려주듯이 피붙이는 운명처럼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인간관계다. 하지만 예수님은 달랐다. 주님이 유대 민중에게 말씀을 가르칠 때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지만 “누가 내 가족이냐?”며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어머니요 형제요 자매”라고 했다. 이는 단지 육적 가족과 영적 가족을 구별한 말씀이 아니라, 성과 나이를 초월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제시한 말씀이다. 그런데 어째서 가족주의의 극단적 폐해인 세습을 교회가 앞장서서 할 수 있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의 재산이 아니라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세습을 해선 안 된다고. 교회는 주님의 것이기 때문에 목사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곳이지 맘몬을 섬겨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 논리에는 허점이 있다. 명성교회를 교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명성교회가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세습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명성교회는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라고 볼 수 있을까?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교회론을 마태복음 16장 베드로의 신앙고백에서 찾는다. 시몬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 신앙위에 주님이 교회를 세우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평가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血肉)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즉 베드로의 살과 피가 아닌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로 베드로가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직 영적으로 하나 된 사람들이 교회이지 살과 피로 맺어진 관계가 교회일 수 있는가? 하물며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가 능력의 종이기에 자격이 충분하다고 한다. 당회에서도 통과됐고. 교인들도 대만족이라 한다. 심지어 남의 교회 일에 간섭 말고, 자기 목회나 잘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명성교회는 애초에 교회가 아니었다고. 한국의 전근대적 가족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봉건적 종교집단이지 주님이 세운 교회가 아니었다고.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명성교회를 여전히 교회로 보고 있는 한 김삼환 목사를 이길 사람은 없다. 애초에 김삼환 목사는 주의 종이 아니고, 명성교회는 주님의 교회가 아니다. 그러니 성공한 종교인이 자기 재산 아들에게 물려주는 데 무슨 거리낌이 있겠는가? 문제는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나 헌법이란 허무맹랑한 문서를 가지고 치고받고 싸우는 정치목사들의 한심한 작태이다.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마무리돼야 한다. 아무리 명성교회가 교단을 위해,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 봉사했다 하더라도 아니 건 아니다. 백번 양보해 김삼환 목사가 타락했다 치더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다 체험하고도 타락한 자는 다시는 회개할 수 없다”는 히브리서 6장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습은 재벌과 공산당만으로도 충분하다. 교회는 빠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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