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술잔
서해 최북단 백령도(白翎島)
인당수에 심청이 몸을 던진 날
거친 풍랑도 멈추었을까
멀게만 느껴지는 저곳
눈앞에 서 있다
흰 날개로 덮어버린
애환 때문일까
교회 종소리는 한숨 소리를
주워 담고 있다
헐렁한 바지 속의 작은 손가락
손가락이 옥수수빵을 집어 들었다
그날도 우뢰처럼 지축을 흔드는 포 소리
파편처럼 튀어 나간 사람들
구렁이처럼 긴 밤을 미이라가 되었던 사연
아버지는 육이오 날이면
술 한 잔에 고향을 담아
바다에 뿌렸다
뿌리면
홍해 바다처럼 길을 열어 줄줄 알았을까
통일보다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짠지 떡을 내 손 두 배쯤 크게 해서
6남매의 배를 채워주셨던 그 손이 떨린다
50년 전에 개여울을 건너며 뒤돌아본
소가을리 지금은 소가을동
두무진 절경에 우뚝 선 장군바위가
대한민국 잘 지키면
심청이를 제물로 바친 저 바다가
길을 열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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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백령도에 가보았는가
백령도 가면 이북이 눈앞에 있다
장산곶이 눈앞에 있다
아버지는 6.25가 되면 눈물로
고향을 술에 타 마셨다
그리워하면서 갈 수 없었던
그 심사를 누가 알랴
아버지가 오늘 그림자 속에 너울거리며 술잔을 비운다
우리는 언제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 시를 돌아가신 아버지께 올려 드립니다
프로필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상벌위원회 위원 / 양천문학 감사 /
천지 시 낭송회 회장
소월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