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술잔  

 

서해 최북단 백령도(白翎島)

인당수에 심청이 몸을 던진 날

거친 풍랑도 멈추었을까

멀게만 느껴지는 저곳

눈앞에 서 있다

 

흰 날개로 덮어버린

애환 때문일까

교회 종소리는 한숨 소리를

주워 담고 있다

 

헐렁한 바지 속의 작은 손가락

손가락이 옥수수빵을 집어 들었다

그날도 우뢰처럼 지축을 흔드는 포 소리

파편처럼 튀어 나간 사람들

구렁이처럼 긴 밤을 미이라가 되었던 사연

 

아버지는 육이오 날이면

술 한 잔에 고향을 담아

바다에 뿌렸다

뿌리면

홍해 바다처럼 길을 열어 줄줄 알았을까

 

통일보다 먼저 가신 아버지

어머니는 짠지 떡을 내 손 두 배쯤 크게 해서

6남매의 배를 채워주셨던 그 손이 떨린다

 

50년 전에 개여울을 건너며 뒤돌아본

소가을리 지금은 소가을동

두무진 절경에 우뚝 선 장군바위가

대한민국 잘 지키면

심청이를 제물로 바친 저 바다가

길을 열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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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백령도에 가보았는가

백령도 가면 이북이 눈앞에 있다

장산곶이 눈앞에 있다

아버지는 6.25가 되면 눈물로

고향을 술에 타 마셨다

 

그리워하면서 갈 수 없었던

그 심사를 누가 알랴

아버지가 오늘 그림자 속에 너울거리며 술잔을 비운다

 

우리는 언제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 시를 돌아가신 아버지께 올려 드립니다

 

▲ 시인 강은혜

프로필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상벌위원회 위원 / 양천문학 감사 /

천지 시 낭송회 회장

소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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