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도(地圖)

신송 이옥천

 

산하(山河) 길

두둥실 꽃구름

소묘 한 장 그린다

 

푸른 산

맑은 협곡

초원의 초목들

하늘지도 밑그림 친다

 

오늘의 솜씨

십년이 지나고

더 먼 훗날에는

채색 어떨지 흔들린다

 

山川 경개

옹두리의 궤적

숨 쉬는 우듬지의 숲

관객의 그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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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오늘도 장암 골짝을 오른다. 틈만 나면 수락산 뒤 골짜기를 찾곤 한다. 교통도 좋고 물이 많고 맑아 심신을 쉬었다가 내려온다. 지금까지 여기서 쓴 시도 수십 편일 것이다.

너럭바위 위로 흐르는 골짝 물소리 들으며 우짖는 새들의 노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합창 소리 감상하며, 바위에 반듯이 누어 하늘 쳐다보니 하늘이 나뭇가지에 걸려 산산이 부셔진 하늘을 마음속의 한 장 그림 그려본다.

내가 그린 그림 엉성하고 색깔은 둔탁하지만 수 십년이가고 수백 년이 가면 색깔이 어떻게 변할까. 채색이 잘 들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니면 세파에 멍들고 늙고 병들어 몸뚱이는 툭툭 찢긴 상처 여기저기 뒤져 나온 골병든 옹두리 얼마나 가관일까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세상 언제 살아본 적 있던가, 불평하고 못마땅해 뜯고 흔들고 이전투구 가관이지만 내 아픔이 훗날 조언이 되고 삶의 양식이 될 수 있다면 오늘 시 쓰는 마음은 밝기만하다.

프로필

▲ 신송 이옥천 시인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협이사, 국제펜대외협력위원회고문.

시인시대회장2회역임.

동대문문협이사, 사)가교문인협회고문.

시집 :『별을 찾아서』『석주(石柱)』 외 3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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