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 중앙은행이 2020년부터 페이스북(facebook)의 가상화폐 도입 계획에 대해, EU 금융시스템 혼란 및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은 2020년부터 디지털 대금결제용 가상화폐 '리브라(Libra,천칭자리)'를 도입, 은행 예금, 단기 정부 채권 등 실물자산의 화폐가치 보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VISA 등 세계적 대금결제 업체가 리브라를 이용하면, 수십억에 이르는 인터넷 사용자의 주요 대금결제 수단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같은 페이스북 가상화폐 도입이 스테이블 코인(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는 가치안정가상화폐) 방식으로 발행된다면 송금시장과 결제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가치 재급등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상반기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브라의 목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다 간편한 금융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수십억 명의 사람이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마치 페이스북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메시지를 공유하듯 손쉽게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억명의 실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행할 경우 가상화폐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5일 가상화폐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1년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만1000 달러(약 1270만원)를 돌파한 1만 1220달러(1289만4000원)에 거래되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사상 최고치인 1만9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18년 말에는 3000달러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바 있다. 

유럽 회원국 및 미국, 철저한 검증 촉구 우선

하지만, 영국, 독일 및 프랑스 중앙은행은 리브라를 통한 불법 자금세탁과 가상화폐의 EU 금융시스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화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주장했다.
독일은 리브라가 디지털 대금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면, 전통적인 금융 모델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사전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페이스북이 가상화폐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면 최고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가상화폐 글로벌 규제 시도가 금융시스템을 교란할 정도가 아니라는 주장이 많아 무산되었으나, 리브라 도입 계획으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도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걸고 나섰다.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은 미 의회와 규제당국 검토가 있기 전까지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어 50개에 달하는 미국의 주(州) 모두에서 승인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가상화폐의 가치를 보장한 실물자산이 어떤 방법과 장소에 보관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도 리브라 등 이른바 가치안정화폐(stablecoins)와 관련하여 선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한 경쟁과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우려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발행과 관련해 "기술기업이 금융 영역에서 서비스 이용 장벽을 낮출 수 있겠지만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BIS는 "특히 공정한 경쟁과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우려된다"면서 "이용자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소셜미디어(SNS) 회사의 금융사업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5일 최근 페이스북이 가상화폐를 직접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자,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업체에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우고, 금융당국에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확정지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가치 안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 보편화가 어렵다"면서도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브라가 실제 발행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물론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도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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