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규 새한미션 대표

구약성경 열왕기 12장을 읽으면서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은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가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게 된다. 르호보암이 국가 통치를 시작 하면서 국민들을 소중히 여기라는 어른들의 훈수를 버리고 폭압정치를 주문하는 젊은이들의 훈수를 선택함으로 여로보암으로 대변되는 민중들의 이탈과 국가 분열의 결과를 초래하고 위대한 왕 다윗을 통해 이루어진 통일 왕국이 겨우 3대를 못 견디고 무너지는 민족의 불행을 초래한 것이다. 지도자는 바른 훈수를 들어야 하고 훈수하는 분들 역시 바른 훈수를 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기준 없이 흔들리는 지도력과 모호한 국가관, 현실성 없는 정책과 예측이 불가한 이념적 혼돈으로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정치,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는 국민들, 거기다가 점점 무너져 가는 국가 경제와 내일에 대한 불안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한다. 여기 저기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는 이익 집단들의 여과 없이 표출하는 집단행동들, 목소리 크고 힘센 자만 살아남을 것 같은 동물왕국의 생존법칙이 통하는 현실로 나라가 어지럽다. 흙탕물 가운데서도 솟아나는 맑은 샘물에 목말라 있지만 더 탁한 흙탕물만 몰려 올 것 같은 불안만 짙어 진다. 국가 전복 음모라고 집중공격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차라리 여로보암 같은 지도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기도 한다.

어른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바로 훈수할 어른이 필요하다. 르호보암을 훈수한 그 때 그분들 같은 어른의 지혜가 필요하다. 얼마 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한기총 회장의 격한 발언이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급기야는 여기저기서 한기총의 한국교회 대표성을 부정하는 성명이 발표되고 한기총을 탈퇴하는 교단이나 단체가 생기고 급기야는 기독교원로라는 분들의 비난 기자회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말 뭔가는, 누군가는 우리시대의 방황을 바로 잡아야 할 텐데 모두가 자기 목소리를 높이느라 남의 목소리는 못 듣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말 이 시대는 누군가의 바른 훈수가 필요하고 또 그 바른 훈수를 들을 귀가 필요하다. 몰라서 문제가 아니고 잘못 알아서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거기다가 확신까지 있어서 도무지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정론이 없는 것 같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진영에 발목 잡히지 않은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르호보암을 훈수한 노인들 같이 지혜로운 어른들이 필요하다.“도대체 들어먹어야지”라고 포기 하지 않고 끊임없이 바른길을 안내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사실은 훈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훈수를 안 들어서 문제이고 훈수할 어른들 보다 훈수할 꼰대들이 많아서 문제다. 너도 나도 훈수를 하겠다고 나서지만 어른 같은 훈수가 아니라 꼰대 같은 훈수를 해서 문제이다. 어떤 사안인가 보다 어느 편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이미 굳어지고 편향된 자기주장만 하는 고집 많은 꼰대가 아니라 열려진 시각으로 시대를 판단하고 넓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시대를 훈수할 수 있는 지성적 신앙적 영적 어른들이 필요하다.

편파적이면 아무에게도 어른이 못 된다. 자기편 사람들까지도 이용만 하고 존경하지는 않는다. 의례히 그렇게 말할 것이니 들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한 진영의 어른이기 보다는‘모두의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내편이 없어야 모두가 다 내편이 된다. 꾸중도 칭찬도 바로 해야 한다. 누구나 지지하는 편이 있고 옳다고 생각 하는 자기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내편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절대 선은 없다. 언제나 양면이 존재한다. 맹목적 편향은 악이다. 거기에 자기 입장만 있을 뿐 지혜는 없다. 편향은 훈수는 못 두고 편만 들고 끝난다. 한 편의 어른 노릇 밖에 못되어 다른 편에서는 꼰대로 보인다. 공정하고 바르게 말해야 한다. 어느 편인가 보다는 어떤 것이 옳은 길인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꼰대가 아니라 어른이 필요하고 늙은이가 아니라 노인이 있어야 한다. 훈수 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고 훈수를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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