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꼴 형태의 산업구조는 이상적 모델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 등으로 기업 발전적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시급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수이다. 그래서 흔히들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토록 비중 높은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새 노동정책으로 인해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일감이 줄어든 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초대형 악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 등 감원에 나서고 있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게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근근이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명퇴를 실시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뿐이다. 웬만한 회사들의 경우 올해 이익은 매출액 대비 2% 달성도 힘든데, 인건비는 당장 매출액 대비 12~15%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울상이다.

이런 현실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소기업계를 찾았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한국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등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어려움이 큰 중소기업 권익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소통 기회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된다.

단기적인 수익관점에서 폐쇄적이고 수직계열화 된 공급 사슬을 구축한 대기업의 반성, 중소·중견기업이 협력파트너로서 같이 연구개발하고 공급과 수요가 이뤄지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 ‘컨센서스’를 만드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하겠다.

당·정·청 여권은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2020년부터 시행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계도기간 부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 및 결정주기를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등을 긍정 검토하길 바란다. 과제가 적잖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