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철 기자

심신 미약자들의 인권은 어디서 찾아야 되나요?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젊은이의 생명을 위해 주위 사람들이 너무 푸대접하는 것이 아닌지...”

지난 12일 경기도 양평군 은혜재단 은혜의 집에서 발생한 중증장애인시설 수용자 최 보미 양(22) 사망사고를 놓고 일부 직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시설관리자들의 감시 소홀로 일어난 일로 “뒷수습이 영 개운치 않다”며 은혜의 집 책임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어떤 시설 근무자는 보미 양 사건을 처리하는 은혜재단 은혜의 집 태도는 사망 사건은 뒷전이고 전임 시설 책임자들과 현 운영자들 간에 다툼만 커지고 있어 사건이 미궁에 묻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현재 양평경찰은 당시 근무자들과 책임자들을 불러 자세한 사인과 시설 운영수칙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수사 결과에 따라 자세한 내용이 밝혀질 것이지만, 해당 은혜재단 은혜의 집 관계자들은 물론 , 양평군 관계자들 모두가 뚜렷한 책임 소재를 미룬 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의 발단은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김 모 씨(여 33)가 옆 침대에 누워있던 심신 미약 지적장애인 최 보미양을 침대 난간에 밀어붙여 질식한 것을 병원에 옮겨졌으나 2개월 후 사망한 사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30대 심신 미약 지체장애인이 중증장애인인 20대 초반 처녀에게 폭력을 가해 병원에 옮겨진 뒤 숨진 사고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건강하고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관리하는 중증 장애인 관리 시설에서 장애인들의 관리 부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엄연히 그 책임이 시설 관리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를 당한 보미 양은 지적 지체 1급 장애인으로 사회복지사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직접 밥을 먹거나 세수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으로 누워서만 삶을 연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보미 양을 침대에 밀쳐 질식시킨 가해자 김 씨 역시 사리분별을 모르는 1급 지적장애인으로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1급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은혜재단 은혜의 집은 중증장애인들이 53명이 수용돼 있는데 촉탁의사 1명을 포함, 총 38명의 직원들이 있다. 그리고 엄연히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이들 주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설 관계자들의 말처럼 인력부족으로 이들의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이다. 보미 양 사망 후 은혜재단 은혜의 집 측은 급히 장례를 치르려 하고 있고, 노조 측은 이 같은 태도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꿍꿍이 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미 양을 위해 억울함을 변호하며 마땅히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다. 보미양은 부모 형제도 없는 무연고자 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미 양 사건과 관련 수사에 나선 경찰이 은혜재단 은혜의 집 시설 관계자들을 불러 자세한 사인을 조사하는 한편 국과수에 의뢰한 사체 부검을 한 뒤 자세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자세한 사인은 조만간 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보미 양 사건으로 발단된 은혜재단 은혜의 집 측 시설 운영 방법을 놓고 직원들 간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지도 감독기관인 양평군, 은혜재단 은혜의 집 측의 운영비리, 직원들 간의 임금체불 문제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현재 외부인들에게 보이는 은혜재단 은혜의 집 모습은 양평군은 관내에 있는 골치 아픈 시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은혜재단 은혜의 집 측 관계자들은 전임자와 현재 직원들 간에 의견 대립으로 내부의 알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보미 양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은 은혜재단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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