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안타까운 기업 현실을 보면 노사화합, 곧 산업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케 한다. 산업평화는 기업발전의 근간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사가 갈등 요인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한 것이다.

한국GM 노조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의 두 번째 찬반투표에 나선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한국GM 협력사들의 절규에 노사가 이견을 좁히고 최종 타결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17~18일에 이틀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과반수가 찬성해야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다. 결과는 이르면 투표 마지막 날인 18일 밤 나올 전망이다.

노사는 지난 10일 제26차 본교섭을 통해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4개월간 진통 끝에 마련된 올해 첫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9일 만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난 1차 잠정합의안을 바탕으로 사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임직원 차량구매시 할인율을 높이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본급과 성과급 등의 내용은 기존 내용을 유지하며 지급 시기를 앞당겼다. 1차 잠정합의안에 비해 노조 측 입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핵심 쟁점 요소인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의 요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결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차 잠정안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도 고용불안을 느낀 부평2공장 조합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에는 2022년 이후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 노사는 기존에 배정된 트랙스와 말리부 생산을 최대한 연장하고, 신차 배정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내용의 2차 절충안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마저 무산될 경우 한국GM 노사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어 크게 우려되고 있다. 한국GM은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6만대 규모 생산 손실을 입었다.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내수 판매는 물론, 미국 판매가 본격화된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사측의 방만 경영에 따른 책임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노조 또한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GM 사태를 주시, 노사 화합에 기반한 산업평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기회로 삼고 합리적 해결에 힘쓰길 기대한다. 한국GM을 살리는 최선의 길은 이미 제시돼 있다고 하겠다. 노사와 산은, 당국이 한 발씩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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