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관계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났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양국 간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협의단에 "규정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의 정세에서 일·한, 일·미·한의 전략적 협력이 이 정도로 필요할 때는 없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에 협의단은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 회동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고, 교류 확대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이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 정부가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것도 이에 일조했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한·일 민간 기업 간에 오랜 상호 보완·경쟁을 통해 형성된 고효율의 경제 분업 구조를 훼손하고 불확실성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수출규제의 조속한 해제를 위한 일본 경제계의 노력도 긴요하다.

특히 윤 당선인 취임식에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다면 양국 관계가 풀리는 결정적 계기를 맞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총리가 관례적으로 참석해 왔으나,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본 총리가 참석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 톱다운 방식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기시다 총리도 윤 당선인과 통화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정상회담을 하자고 화답했었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이 친서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이어가자고 제안하고, 기시다 총리가 큰 틀에서 공감한 건 긍정적이다. 두 나라 갈등을 푸는 데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채택한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은 큰 시사점을 준다.

한·일은 일의대수(一衣帶水), 옷의 띠만큼 좁은 간격을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개선되면 호혜정신으로 공동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한·일 신시대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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