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 국리민복 등지는 野의 조령모개식 행태

협치(協治)와 거리가 먼 여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1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5선의 김진표 의원을, 민주당 몫의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4선 김영주 의원을 뽑았다. 통상 국회의장 후보는 원내 1당에서 내는 것이 관례로, 후보 선출 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다만 30일부터인 후반기 국회 시작과 함께 김진표 의원이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인 29일 전 본회의를 열고 의장을 선출할 것을 요구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의장 선출 일정을 후반기 원 구성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갈등 원인은 민주당의 몰상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임을 들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맡기겠다고 한 지난해 7월 약속을 지키는 게 의회민주주의 정신에 합치되는 것이고, 국민과 여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문제와 관련해 “향후 2년에 대한 원 구성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면서 “원점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야당이 됐으니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조령모개식 설득력이 없다. 그동안 국회의장은 여당,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는 게 관례였다. 관례를 깬 건 민주당이다.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그러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다. 재·보선 민심을 의식해 야당과 협치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야당 몫’ 운운은 후안무치한 태도다.

원내대표가 바뀌었으니 원점에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이 공당이라면 전임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을 지키는 건 상식이다. 민주당이 약속을 뒤집으려는 이유는 뻔하다. 정권을 잃고 야당으로 전락했지만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손에 쥐고 앞으로도 국회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속셈이다. 갈등 증폭으로 국리민복을 등지는 일이다.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20년, 50년 집권하겠다고 호언하던 민주당이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민심을 읽지 못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에서도 더욱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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