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공정(公正)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자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대국민 당선 인사의 한 구절이다. ‘공정에 기반한 상식’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제대로 된 사회, 곧 합리적 법치사회라면 상식이 통하면 된다. 세상사 상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이 귀한 가치로 대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공정하지 못한 사례가 넘쳐난다. ‘​세종특별자치시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 아파트(특공)’에 당첨된 공무원들이 평균 5억원의 불로소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 국민 분노가 일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종시 특공 실태가 여실히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예컨대 행정안전부에 파견 근무 중이던 경찰 2명이 세종시 특별공급 주택에 당첨됐다. 경찰청이 세종으로 이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청약 자격이 없었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특공을 악용한 사례가 다수 감사원에 적발돼 새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116명…관인 위조 계약도

특공공무원 평균 5억원 불로소득 국민 분노

특공 대상 기관 소속이 아닌데도 당첨되거나 주택 재당첨 제한 기간인데도 당첨된 사례 등 부적격 당첨자는 116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분의2인 76명은 분양 계약까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교육부,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에 걸쳐 부적격 당첨자가 나왔다.

법 위반 사례도 다양하다. 한심한 건 부처에서 발급하는 특별공급 대상 확인서를 위조한 사례마저 확인됐다. 특공 모집 공고일에 대상 기관에 소속되지 않았음에도 분양까지 받은 사례도 24건 밝혀졌다. 이 가운데 19명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후에야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관에 전보됐고, 5명은 다른 기관에서 파견 근무를 온 직원이었다. 충남 금산군 소속 한 직원은 행안부 파견 근무 중에 세종시 특공에 당첨됐다. 그는 특공 대상 확인서 '소속 기관'란에 '행안부 B본부'라고 적고 행안부 장관 관인을 다른 데서 복사해 붙여 넣었다. 그리고 위조한 확인서를 계약서류로 제출해 결국 주택을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색이 공직자들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불법·위법을 저지른 것이니 그 행태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물론 소수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이자 일탈행위다. 하지만 ‘특공 재테크’에 제외된 절대다수 공무원들 사이에선 참담한 심정을 하소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공은 세종시로 이주하는 공무원·공공기관 근무자 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주택의 절반 이상을 우선 배정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공 분양받은 공무원들은 '로또'에 당첨된 듯 고액의 불로소득을 올렸다. 일부는 이미 매각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이렇게 엄청난 수입까지 거두었으니 무주택 서민들은 억장이 무너질 정도다.

비록 작년 6월 규정을 고쳐 특공이 사라졌지만 특공이 공무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적 위화감·박탈감은 남아있다. 따라서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은 물론 국세청과 지방정부를 망라한 범정부 차원에서 역대 정부의 ‘세종시 특공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의 부정 수익금은 최대한 환수 및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데 일조한 게 지난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이다. 윤석열정부는 기존 부동산 정책과 세종시로의 추가 공공기관 이전 대책을 면밀히 재검토해 세종시에 특공 같은 공직자 ‘투기’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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