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된 충북 청주지역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북한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1인 시위와 서명운동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청주지법은 지난 2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혐의를 받고 있는 4명 중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북한 노선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포섭해 한국 지하조직을 결성하라'는 지령과 함께 활동자금 2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충북 청주에 있는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확보한 USB에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북한과 주고받은 지령문, 보고문 80여 건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 정당과 노동계 간부 등이 해외에서 접선한 북한 공작원의 지시를 받고 제주 등에 지하조직을 만들어 반미 활동 등을 해 온 혐의로 공안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혐의가 포착된 지역은 제주·창원·진주·전주 등 4곳이지만, 공안 당국은 지하 조직이 전국에 걸쳐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다.

국정원·경찰의 제주 지하조직 압수 수색 영장에 따르면, 진보 정당 간부 A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 대남 공작원을 만나 지하조직 설립 방안과 암호 통신법 등을 교육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노동계 간부 B씨, 농민운동가 C씨 등을 포섭해 제주에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문 정부 시절엔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제 무기 도입 반대 운동을 전개하라’는 지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즈음엔 ‘진보·촛불 세력과 연대하고 중도층을 규합해 반정부 투쟁에 나서라’는 지령들이 내려왔다. 일부 지령은 실제 이행했다고 북에 보고했다.

비슷한 일들이 창원·전주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모두 해외 접선→지하조직 구축→반미·반정부 투쟁의 수순을 밟았다. 이번 사건은 2021년 8월 적발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에서도 청주 지역 노동계 인사들이 해외에서 북 공작원과 접촉한 뒤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일이다. 북한과의 평화 쇼에 집착하던 문 정부는 국정원을 남북대화 창구로 전락시켜 사실상 대공 수사를 막았다. 군의 방첩 기능과 검찰의 대공 수사 기능도 대폭 축소했다. 대공 수사 기관을 무력화해 북한 간첩과 국내 종북 세력들에게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국정원의 베테랑 대공수사 요원들이 10년 이상 추적해왔다. 국정원의 해외 방첩망이 가동되지 않았다면 해외 접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수십 년간 쌓인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가 1년 뒤 사장될 위기다. 문 정부 시절 강행 처리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내년 1월 경찰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경험 없는 경찰에 국정원 수준의 대공수사 역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원이 더 많은 간첩을 잡도록 개혁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제1야당 하는 짓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다. 민주당은 ‘검찰과 경찰에 대공(對共)수사기구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라 변명을 하지만 허황된 말이다. 나라 안팎을 오가는 간첩을 방첩(防諜)의 전문성 없는 검경이 잡기는 역부족이다. 국정원만 사실상 해체돼 간첩과 종북(從北)이 날개를 달게 될 뿐이다

김상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