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경영 관련 용어 중 하나인 ‘스킨 인 더 게임’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에 따른 실패 위험과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명한 경영 이론가 나심 탈레브는 동명의 저서에서 리더를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전문 경영인을 리더라 부르지 않는 것은 책임감의 깊이가 오너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 5년간 ‘이러고도 나라가 존속할 수 있나’ 걱정할 정도로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 반복됐다.

국민연금이 존속하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이치다. 그 뻔한 개정 건의를 지난 정권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 결정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수와 지지율이란 열매만 따 먹고 국민 부담 증가에 따른 정치적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권좌를 떠났다. 교육·노동 개혁도 외면했다. 제기되는 여러 비판에는 통계 조작으로 대응했다. 마치 5년 후엔 세상이 없어지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연금 문제는 ‘세대 간 갈등’ 이슈라는 통념이 있지만 연금개혁, 노동개혁을 꺼내들었다. 분명 인기없는 종목임에는 틀림이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번영의 꽃을 찬란히 피워낸 나라들엔 공통점이 있다. 리더가 국가의 현재와 미래까지 무한 책임진 나라는 흥했고 외면한 나라는 망했다. 리더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한 사례도 있다. 고대 아테네의 공금 악용 죄는 나랏돈 횡령이나 유용을 다스리는 법이 아니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공적 자원을 헛되이 낭비했을 때 적용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미숙한 일 처리로 국가에 손해를 끼치면 처벌했다. 정책 입안자는 먼 훗날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결과까지 신중히 살펴서 정책을 짜야 했다.

그럼에도 전 정권하의 부동산 정책등 많은 정책들과 대장동,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등 경협사업도 그렇다

그들은 애민(愛民) 대통령을 자임했지만 정작 국민을 데려간 종착지는 낙원이 아니라 남이 버린 음식을 주워 먹는 쓰레기통 앞이었다. 쓰레기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나라의 미래에 눈감는 리더, 그런 지도자에게 박수 치는 국민이 옆에 있다.이런점에서 국민들도 깨어나야한다.

지금도 더불어 민주당은 서민살림 이라는 愛民 정책을 쏱아내고 있다

고물가ㆍ고금리 상황에서 갑자기 오른 전기·가스요금에 서민 부담이 가중된 건 사실이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이 아닌 사람과 차상위 계층까지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만 충분하다면야 중산층이 아니라 전 국민한테 또 한번 선심을 써도 된다. 민주당은 “민생의 고통에는 턱없이 부족한 쥐꼬리 처방이자 생색내기”라고 정부의 지원책을 비판했다. 주객이 바뀐 황당한 소리로 들린다. 예산을 퍼쓰는 생색내기만큼 간편한 정책이 없다. 정부가 그걸 할 줄 몰라서 안 하겠나. 인기 정책만 하려고 전 정부가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계속 미룬 탓에 전기요금 폭탄이 지금 떨어졌다. 에너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통감한다면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말 못 할 처지다. 어떻게 집권당일 때도, 야당이 돼서도 입만 열만 포퓰리즘인가. 640조원의 본예산을 통과시킨 게 엊그제다. 4월이면 버스ㆍ지하철 요금도 오른다. 전 정권이 인상을 미뤘던 가스요금도 또 오를 일이 남았다. 그럴 때마다 추경 편성을 하자 할 텐가.

한국은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돼 유럽에 전투기, 탱크, 자주포를 수출하는 전무후무할 나라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박태준,김재관 같은 거인들이 동시대에 태어났다는 것도 분명히 기적의 한 요인일 것이다. 광개토대왕 같은 사람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이러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처별 업무보고는 장관과 독대한 지난해와 달리 대국민 보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방식의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일 “윤 대통령의 제안에 참모들은 대통령 생각이 날 것 그대로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존 틀을 깨는 방식을 원한 윤 대통령이 거듭 토론식 업무보고를 주문하면서 “저도 업무보고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드릴 테니, 여러분도 면접관이 되어 제 생각을 평가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멋진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김상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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