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노동·연금·교육 개혁 기치를 내걸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연금개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저출산·고령화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국민 개개인의 노후 설계와 직결되는 ‘핫이슈’다. 최근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하고 있으나 개혁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걱정이 앞선다. 덩치는 국민연금이 가장 크지만, 가장 문제가 많아 당장 메스를 들이대야 할 것은 공무원등 사학연금이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방안 마련을 정부에 넘기고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민간자문위에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에 대한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특히 국회 연금특위 내부에서 여야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며 개혁 드라이브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당이 민간자문위의 보고 자체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고, 보고서 채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있는 것을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여당이 그런 생각이라면) 지난해 12월부터 민간 자문위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해왔던 논의는 그야말로 무위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그 결론이 각 정당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고 해도 논의 내용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민연급법도 시급하지만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세금이 들어가는 곳부터 먼저 칼을 대는 게 상식이다. 국민연금은 2057년 기금이 고갈되는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이미 국민 혈세로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적자폭은 3조 5000억원, 2070년 19조여원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선행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형평성, 공정성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월평균 53만원을 받는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액은 월 248만원으로 무려 4.7배다. 공무원은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더 길게 낸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과 조건을 비슷하게 맞추어도 공무원연금이 훨씬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특히 공무원연금 구조 자체가 더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수령하는 연금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연금 상한액의 경우 공무원연금은 월 860만원이지만 국민연금은 월 550만원이다. 이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연금을 1.6배 더 많이 낼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수급액 차이가 너무 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두 연금 통합운영을 권고하는 것도 그래서다. OECD 국가 중 두 연금이 통합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개국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공무원,사학 연급은 나두고 국민연금에대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국회 개혁특의에서 지지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가 메워 준 돈이 연간 726만원이나 된다. 2070년엔 1754만원으로 2.4배 증가한다.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연금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역대 정부들처럼 변죽만 울리고 실패할 수 있다. 그 첫 타깃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사학연금 개혁이 돼야 한다. ‘세금 먹는 하마’인 공무원.사학연금을 내버려두고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논리는 궁색하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교직자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불공정한 상황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

김상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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