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도의원 해외 연수 중 기내에서 음주추태

選良으로서 주민에 봉사한다는 초심 지켜야

우리의 지방자치는 언제쯤 당당한 모습을 보일까하는 회의감이 들곤 한다.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직선제가 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성년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도덕한 모습을 적잖게 보이고 있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늘 도마에 올랐다. ‘놀자판 연수’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바뀐 게 거의 없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그때만 개선 시늉을 내다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되돌아가곤 했다.

충북도의회 의원이 해외 연수 중 기내 음주 추태를 부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음주 추태 의혹이 제기된 A의원은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착 때까지 기내에서 술에 취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일반석에 탑승했던 A의원은 양복 상의가 구겨지지 않도록 놔달라며 승무원을 여러 차례 불렀다고 한다. A의원은 또 취한 상태에서 승무원을 여러 차례 불러 좌석 모니터에 항공기 속도나 고도 등을 보고도 지속해서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이 신고해 나타난 일로서 지방의원 품위를 훼손한 단적 사례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도 K 기초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시도’는 구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유럽 국가의 선진 교통과 환경처리 시스템 견학이다.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7박 9일 동안 돌아보는 일정이다. 8000여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연수 일정 상당수가 관광 일정으로 짜여 진 게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취소했다.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의 ‘동네일꾼’으로서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윤리도덕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방의회에선 일반 소시민은 생각도 못할 의장단 자리다툼은 물론 거짓말, 도박, 부패 비리 연루, 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이 적잖았다.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을 지방의원들이 버젓이 행하고 있으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아직도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터무니없이 의정활동비를 인상한 것도 눈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공무원 보수인상률인 1.4%인데 비해 대전 동구 의원들은 약 45% 가량 인상했다. 부산 기장군과 서구의회는 월정수당 15% 인상을 결정했고 동구(24%), 영도구(7.2%), 중구(12.5%)도 크게 올렸다. 전북 김제시의회와 순창군의회도 월정수당을 25% 인상했다.

지자체 의원의 연봉 개념인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해 책정된다. 의정활동비는 시‧도 의원의 경우 월 150만원 이하, 시‧군‧구 의원은 월 110만원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월정수당은 각 지자체가 구성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심의위에는 의회에서 추천한 인물도 위원으로 참여하기에 사실상 ‘셀프 심의’라는 점에서 비판은 더 뜨겁다. 국민은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주민에게 봉사해야할 이들이 제 호주머니부터 챙기려는 모습이 한심스럽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편의를 위해 일해야 할 지방의원이 오히려 주민의 원성을 사는 가치전도적 행태는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을 개탄케 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활동비 인상 등 권리를 주장하려면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통해 주민과의 공감대부터 형성해야한다. 광역·기초 지방의원들은 주민의 선량(選良)으로서 주어진 책무에 힘쓰길 바란다.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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