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2천만원…‘100만원 더 달라’ 시위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서민 삶이 힘겨워지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연 5% 이상 고금리 비중이 3건 중 1건 이상 꼴로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가계부채는 1862조원에 이른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비영리법인을 포함하면 2200조원을 웃돈다.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훌쩍 넘어섰다. 월 200만원, 연봉 3000만원 미만의 최저임금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 근로자들은 나름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이익 창출과 적절한 분배는 당연하다. 하지만 생산성을 초과하는 분배 요구 등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평균 연봉 1억원을 돌파한 현대모비스 노조는 ‘100만원을 더 달라’며 한 달째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당 300만원의 격려금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가 1인당 400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하자 ‘현대차와 똑같이 달라’며 생떼를 부리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체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지난해 1억20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고물가가 다시 고임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IT)업계를 시작으로 2021년 사상 최대 수준의 연봉 인상이 지난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임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총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2%(개별 기준) 급증했지만,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4.7% 줄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상폭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강성 노동조합이 보호하는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높은 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00인 이상 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5.6%에 달했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5.1%에 불과한 게 뒷받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 직원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결국 모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 노조의 연봉 인상 요구는 그칠 줄 모른다. ‘반도체 혹한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을 1%대 수준으로 추진하자 노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 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노조는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생산 라인 1개를 신설하는 데 20조원 정도의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데다 시장 여건에 따라 투자시기를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5000만원에 이른다.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에 우리 경제의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선 노사 화합이 긴요하다. 주목할 바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례적으로 노동 및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이 전체적인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세게경제포럼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 경제는 전투적 강성 노조의 무리한 분배 요구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발도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조는 자신들 이익만 챙기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조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과 대비된다. 노조 활동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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