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서류로 10억여원까지 국고보조금 횡령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민간단체 회계도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현실은 거리가 멀다, 비영리 민간단체 10여 곳이 허위 경비를 신고하거나 인건비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수백만원, 많게는 10억여원까지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정부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감사한 결과 비영리 민간단체 10여 곳에서 조직적인 횡령을 확인하고 단체 대표와 회계책임자 등 7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강사료·인건비 돌려 막기, 허위 용역계약 체결로 보조금 받기 등 기존 수법 외에 다양한 불법 행태가 나타났다. 부정수급 사례를 보면, 부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에서 보조금을 받은 한 민간단체는 본부장과 회계간사가 공모해 지인을 허위 강사로 등록, 영상제작업체와 사업 계약 후 취소, 현수막 제작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식으로 10억 53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한 보조금은 본부장 자녀의 사업과 주택 구입,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등에 쓰였다고 한다. 국고보조금을 마치 제 쌈짓돈처럼 썼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정도다.

직원에게 허위로 인건비를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도 다수 적발됐다. 한 공공외교 관련 보조단체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행사 지원 차 나온 인력에게 회당 500만~800만원씩 근무비를 송금한 뒤 실제 임금인 100만원을 제외하고 돌려받고도 국고 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에는 처음 지급한 입금증을 등록해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한 직원에게 정부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받게 한 뒤 수령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를 자기 돈처럼 쓰고 다닌 동식물 보전사업 단체 대표와 회계담당자도 포착됐다. 이들은 2억 9000만원을 빼돌려 자동차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태양광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사업 부정수급의 실태를 보면 복마전이나 다름없다. 태양광 지원사업 서류 조사 결과 전체의 17%가 비리 수급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이 줄줄이 빠져나간 것이다. 민노총의 지원금 일부는 촛불집회 등 반정부 집회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을 거쳐 지급한다. 각종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94조5000억원에서 2021년엔 120여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고보조금 교부 보조사업 수는 2017년 19만9743건에서 2021년 25만7095건으로 28.7%가 증가했다. 이들 중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국고보조금이 45만4846건, 2352억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악할 일은 ‘국고보조금 에이전트’가 판치는 세상이다. 눈먼 나랏돈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파악해 어떻게 빼먹으면 되는지 ‘컨설팅’해주는 이들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요양병원 지원금, 직업훈련비, 각종 연구개발비 등 곳곳에서 보조금 빼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지원사업비를 가로채 기소된 이의 수첩에는 ‘자율적 편성… 돈은 먹는 놈이 임자다!’란 문구가 적혀 있을 정도다.

화가 나기보다 서글퍼진다. 복지정책을 논할 때면 재원 부족을 얘기하고, 세수가 적다며 세금 걷는 데 그 정성을 들였던 정부 아닌가. 연간 100조원이 넘는 혈세를 지출하면서 그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처럼 허술해선 안 된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눈을 늘려야 한다. 고의나 거짓으로 보조금을 받아 간 혐의가 확인되면 담당 공무원도 엄중 징계하고, 부정 수급자로 적발되면 민형사상 가중 처벌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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